[기자의 눈/정승호]“소록도 병원장님을 찾습니다”

  • 입력 2007년 7월 25일 02시 44분


“27명의 병원장이 왔다갔지만 이렇게 길게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는데….”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의 국립소록도병원에서 38년째 한센병 치료를 받고 있는 장모(70) 할머니는 요즘 걱정이 많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전임 원장이 2월 개인 사정으로 명예퇴직한 뒤 5개월째 후임 원장 자리가 비어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고위 공무원단 중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실시했지만 지원자가 없어 후임자 물색에 애를 먹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민간 쪽으로 눈을 돌려 이달 말까지 원서를 접수한 뒤 8월 7일 면접을 거쳐 병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의사 면허가 있는 민간인 지원자를 구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면허 소지자를 우대할 방침이지만 의사 가운데 응모자가 없다면 보건·복지 분야 근무 경험이 있는 고위 공무원 가운데서 선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소록도는 녹동항에서 통통배를 타면 5분 만에 닿는 아름다운 섬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수도권에서 6시간이나 걸리는 원격지라는 이유로 이곳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한다.

원장이 받는 급여 수준도 높지 않다. 기준급과 직무급, 성과급을 합해 연봉 7000만 원에 가족수당 등이 덧붙여진다. 도시지역 의사들의 평균 연봉에는 크게 못 미친다.

소록도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센병 환자는 648명. 이들은 평균 연령이 73세인 노인으로 대부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치료할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6명 정원에 2명의 전문의만이 일하고 있다. 계속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지원자가 없어 공중보건의 7명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다.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한 환자는 “신문이나 TV를 보면 먼 나라까지 가서 의료 봉사를 해 주는 의사가 많다는데 왜 소록도에 와 주는 의사는 없는지…”라며 한숨지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의사들의 선의(善意)에만 기대는 것도 온당치 않다. 그러기에는 의료의 손길을 기다리는 소록도의 상황이 너무 열악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보람을 느끼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줄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정승호 사회부 차장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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