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低價) 시장은 돼지고기와 닭고기, 고가 시장은 한우와 호주산이 나눠 갖던 ‘힘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한 거죠.
우선 그동안 비싼 쇠고기를 대신해서 국내 육류시장을 호령했던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값싼 미국산 쇠고기의 공세로 소비가 줄었습니다. 이달 13일 국내 대형 유통업체 최초로 미국산 쇠고기를 들여와 22일까지 100t을 판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기간 돼지고기는 판매량이 250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7% 감소했습니다. 닭고기도 같은 기간 35만 마리(마리당 550g 기준)를 파는 데 그쳐 작년 동기(同期) 대비 7.9% 줄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는 ‘대체재’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롯데마트 측은 “만약 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까지 미국에서 들어오면 돼지고기나 닭고기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됐던 한우와 호주산 쇠고기는 소비가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늘어나 ‘선방(善防)’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 호주산은 이 기간 62t을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3.3% 증가했습니다.
육류 중 가격이 가장 비싼 한우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동일한 물량인 45t이 팔렸습니다. 예상과 달리 국내 한우 판매에 변화가 없는 것은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한우 고기 시장과 저가의 외국산 쇠고기 시장은 소비자 층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한우 농가가 안심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물량이 적어 매장에서 미국산이 동나면서 소비자들이 호주산이나 한우를 대신 구입한 측면이 있는 만큼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그동안 제한된 공급으로 고기를 비싸게 사 먹어야 했던 소비자들로서는 이번 구도 변화가 반가울 따름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고기 값이 전반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죠. 공급자 간의 치열한 경쟁이 소비자에게는 이득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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