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언 브레머]벼랑 끝에 선 무샤라프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8년에 가까운 집권 기간 중 수많은 위기를 모면해 왔다. 수많은 암살 시도를 넘겼고, 그를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하는 국내의 도전도 이겨 냈다.

여태껏 그의 명줄은 질겼다. 그러나 그것도 다해 가는 것 같다.

올해 파키스탄에서는 총선과 대선(의회 간선)이 있다. 무샤라프가 자기 뜻대로 대통령 임기를 5년 연장하고 군통수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정략을 구사해야 한다.

망명한 베나지르 부토와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올해 파키스탄에 돌아와 총선에 참여하려 한다. 이슬람 과격분자들은 무샤라프가 미국 침략자들과 화해했다고 공격한다. 중산층은 완전 민주화를 이루겠다는 그의 약속이 거듭 깨진 데 대해 염증을 표시한다. 군대 내부의 친무샤라프 세력마저 그의 실정에 공동 책임을 지게 될까 봐 겁을 낸다.

무샤라프는 예전에도 어려운 도전들을 이겨냈으므로 쉽게 권좌에서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도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을 무한정 끌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토 전 총리가 이끄는 정당은 인기가 매우 높고 연립여당은 무샤라프를 버리기 직전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미국이 이끄는 대테러전을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지금도 무샤라프는 퇴진할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차기 의회 구성 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르고 올해 말까지만 대통령에게 군통수권을 부여한 현행 헌법도 개정하려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법원의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그에게는 법원을 장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가 3월에 이프티카르 무하마드 초드리 대법원장을 직무정지시킨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초드리는 앉아서 당하지 않았다. 그는 법원 독립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설을 하며 전국을 누볐고 수많은 추종자를 얻었다. 대통령에게 도전할 만한 정치 세력을 갖지는 않았지만 그는 이제 무샤라프 통치의 종식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분리주의자들의 폭력도 파키스탄을 이리저리 찢어 놓고 있다. 2007년 분리주의자의 공격은 이미 80건 이상에 달해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자살폭탄 공격도 급증하고 있다. 친 탈레반 수니파 무장그룹은 정부와 외국 세력뿐 아니라 시아파도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

무샤라프가 지금까지 잘해 온 측면도 있다. 그는 유능한 기술관료들과 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지원함으로써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올해 7%로 전망되는 경제성장률, 자유언론에 대해 비교적 관용적인 태도, 9·11테러 후 미국이 지원한 100억 달러 상당의 원조도 정부의 부정부패, 인플레이션, 높은 범죄율, 지방의 빈곤 등이 이어지면서 그의 정치적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게 됐다.

무샤라프가 초드리의 대법원장 원직 복귀를 거부한다면 저항운동은 제어할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그는 국가비상령을 발동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그의 정치적 미래에 짐이 될 것이다. 만약 그가 초드리의 대법원장 복귀에 합의해 사태를 평화롭게 해결한다 해도 문제다. 법원은 더는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대통령직과 군통수권을 계속 유지하려는 시도에도 제동을 걸 것이다.

파키스탄은 워낙 변수가 많은 나라다. 장기적 경제나 안보 전망도 불투명성이 증가하고 있다. 단, 지금으로서는 모든 눈길이 무샤라프에 쏠린다. 앞으로도 그는 얼마나 많은 위기를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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