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오공단]정치가의 바늘구멍

  • 입력 2007년 7월 27일 03시 00분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힘들다고 성경에 쓰여 있다.

나는 이 말을 다시 인용해 정치가가 천국 가기가 고래가 쥐구멍 들어가기보다 힘들다고 쓰고 싶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직하고 존경 받을 인품에 국가를 관리할 전략적인 두뇌와 실용적인 능력을 다 갖춘 정치인을 만나기란 사하라 사막 모래 더미에 파묻힌 보석 반지 찾기보다 힘들다.

한국은 올해 12월에 향후 5년간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미국은 내년 11월 대통령 선거를 한다. 나 역시 유권자로서, 또 국가 안보와 외교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정도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미국 선거 분위기가 일찍 달아오른 현상은 현 정권에 대한 심각한 비판을 시사한다. 공화당 정부 8년간의 지지부진한 행정과 외교에 대한 신랄한 평가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쉽게 승리할 듯싶은 민주당이 시원하게 단일 후보를 만들기는커녕 내부에서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어 민주당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美유권자들 “인품보다 자질”

나 자신부터 힐러리 클린턴이냐 버락 오바마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다행히 미국엔 이기심과 정치적 욕망이 없이 순수하고 객관적인 관점에서 선거를 분석하는 진정한 전문가가 다수 있다. 전문가가 이럴 때 필요하다.

그들 중 가장 명망 있는 전문가에게 물어보았다. 대답이 예상외로 간단했다. “힐러리든 오바마든 누가 되더라도 그다지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둘 다 머리가 비상하고 근본적으로 국가적 지도력이 있고 또 능력이 있다. 현재 이상스럽게도 대다수 미국인이 개인의 자질과 성격을 따지지만 개인적 인품에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둘 중 누가 되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고 믿는다.” 그의 말을 듣고 난 뒤론 마음이 편하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이 선택하는 사람을 뽑는 길만이 남았다.

한국의 경우를 보자. 아마 비슷한 평가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린우리당은 내로라할 후보가 별로 없으니 지금 언급할 수 없다. 한나라당의 두 후보는 어느 정도 지도력과 능력이 검증된 사람이니 당의 경선을 통해 선택된 후보를 밀어 주면 된다. 개인의 성품과 인격, 이런 걸 따지기 시작하면 사하라 사막 모래 더미 속 보석 반지 찾기 게임이 시작될 뿐이다.

정치가가 고매한 인격을 갖추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는 아예 정치를 하지 않는다. 정치는 그야말로 힘들고 더러운 도박이며, 권력 게임이며, 권모술수의 전쟁판이며, 거짓이 난무하는 운동장이다. 다만 국가 이익의 미명하에 누가 조금 덜 거짓말을 했고, 누가 조금 덜 먹고, 누가 조금 덜 불공평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민이 정치가에게 가장 감사해야 할 점은 이런 치사스럽고 더럽고 힘든 일을 하겠다고 나선 용기와 기백이다.

한국인은 객관적으로 능력 있고 일을 잘 해낼 후보를 뽑으면 된다. 최선이 없다면 최적의 조건을 갖춘 후보를 뽑으면 될 것 같다. 머리 좋고 재주 좋고 노래도 잘하는 국민의 평균보다 좀 더 나은 후보,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후보, 위기와 국가 경영을 잘할 수 있고, 자신보다 두뇌와 능력이 뛰어난 조언자와 보좌관을 스스럼없이, 열등감 없이 채용할 후보를 뽑으면 된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 후보 선택

마지막으로 국제관계와 대북 정책의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지난 세월의 문제점을 교훈 삼아 국가 이익을 위해 확실한 정책을 펼칠 후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선 아직까지 외교와 대북 정책에서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후보를 한 사람씩 떨어뜨려 버리면 된다. 듣기 좋고 그럴듯한 말로 포장된 내용 없는 대안을 내놓은 후보를 잘 검토할 의무가 국민 모두에게 있다.

오공단 미국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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