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위 경제 관료는 25일 발표된 ‘2단계 국가균형발전 종합대책’을 이렇게 자평했다. 2단계 대책의 핵심은 지방으로 옮겨 가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를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전국을 경제 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누고 많이 낙후된 지역일수록 법인세를 종전보다 더 깎아 준다는 내용이다. 세금 감면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을 지방으로 유인하자는 것이다.
‘큰 정부’의 길을 걸으며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걷기 위해 노력해 온 현 정부로선 어려운 선택을 한 셈이다. 그만큼 ‘균형’을 중시한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면 균형이란 목표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정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우선 기업이 법인세 감면에 유혹당해 우르르 지방으로 옮겨간다고 하자. 막대한 세수(稅收) 결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정부 씀씀이를 줄이긴 어려울 것이다. 결국 수도권에 남은 기업이나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세수 감소액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지방으로 몰려가면 갈수록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얘기와 다름없다.
다행스럽게도 세금 부담이 그렇게 늘어나진 않을 것 같다. 지방으로 내려갈 기업이 별로 없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의 설명대로 세금을 가장 많이 깎아 주는 1그룹은 “누가 봐도 낙후된 지역”이다. 한 기업의 임원 A 씨는 “어떤 기업이 세금 깎아 준다고 인프라가 열악한 산간 오지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기업 반응과 세수라는 변수로 간단한 매트릭스를 그려 보면 이번 대책의 현실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알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헌법상 가치인 조세평등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수도권 역차별’ 논란이 커질 것이다.
물론 지방을 잘살게 한다는 정책 목표에 반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정부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부른 세제(稅制) 변경은 조세체계 왜곡 등 부작용만 불러올 것이란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차지완 경제부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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