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차분히 ‘이별’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요. 회사나 노조 모두 ‘신뢰’를 꼽습니다.
1964년 국내 제약회사와 제휴 형태로 한국에 진출한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1988년 노조 설립 이후 현재까지 ‘무(無) 분규 전통’을 지켜 왔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조는 먼저 ‘임금 동결’을 제안했고, 위기를 넘긴 회사는 이듬해 ‘총임금 13.5% 인상’으로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회사는 지난해 극비사항에 해당하는 ‘생산라인 매각 방침’을 노조에 먼저 알렸습니다. 회사 측은 “매각 대금을 덜 받더라도 ‘고용 승계’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노조 측에 약속했고, 노사가 동의한 상황에서 매각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공장 매각까지 앞으로 2년의 시간이 남았습니다. 혹시나 고용 승계 등 세부 협상에서, 아니면 이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돌발 악재’가 발생해 불협화음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남은 시간은 지금까지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20년간 쌓은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노사의 우정과 신뢰가 ‘유종(有終)의 미’로 이어졌으면 합니다. 다국적기업과 한국 근로자의 ‘아름다운 만남과 이별’로….
박용 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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