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형오]독이 될 수도 있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글로벌 차원에서 경쟁을 펼치는 기업에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더불어 기술이 타사로 이전되지 않고 지속적 경쟁 우위의 원천으로 활용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 측에서는 뛰어난 기술을 지닌 기업을 자국 내에 많이 확보하고 기술이 타국으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즉,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정부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용할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 나라의 경제력은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기업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세기 초에 미국이,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일본이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데는 미국의 GM과 GE, 일본의 도요타와 소니 같은 세계적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같은 대기업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2000년 이후 중국의 경제 대국화에 그 나라 기업이 공헌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국가경제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이 커지는 한편 기업의 탈(脫)국가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는 여전히 ‘자국 기업’이라는 인식의 틀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인식 틀을 갖고 정부는 자국 출신 기업에 대해 연구 개발금 조성 등의 지원을 하고 해외 진출 활동을 일부 규제한다. 특히 첨단기술이나 군사기술의 해외 유출에는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선진국 정부는 첨단기술의 자국 내 보유와 해외 유출 방지를 국가경쟁력 유지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한다.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에 대한 규제 강화는 한국에서 현실화됐다. 작년 10월에 제정되고 올해 4월부터 시행된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기업에 새로운 환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특정 첨단기술을 산업기술로 규정하고 해외 유출을 일정한 범위에서 규제할 수 있다. 기술자나 연구자의 불법 기술 유출 사건에 대해서는 기존의 관련 법률에 비해 강화된 처벌을 할 수 있다.

이 법률은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를 중심으로 중국을 비롯한 후발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빠른 속도로 따라오는 상황에서 기술 유출 규제 강화는 국내 기업의 경쟁 우위 지속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활동의 글로벌화를 저해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운용한다면 기업에는 위협 요인이 된다. 즉, 해외 자회사에 대한 생산기술의 이전, 선진국 기업과의 기술 제휴, 글로벌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규제하면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기업 활동의 글로벌화가 기업 경쟁력 향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정부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이 국내 기업에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되도록 법률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

가령 산업기술 및 대상 국가의 선정에 있어서 핵심 기술과 보편 기술의 구분, 기술 교류 장려국과 경쟁 대상국의 구분을 기업과의 협의하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또 국내 기존 기술의 해외 유출 방지도 중요하지만 세계적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서 연구개발 활동을 적극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한국이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연구개발 센터가 되는 비전을 만들어야 한다.

이형오 숙명여대 교수 경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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