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수요 획일적 틀로 수용 못해
이번 기사는 스포츠 예술 수학 과학 문학 분야의 천재에 집중됐지만 기업에서도 경영의 천재를 찾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창조경영을 강조하고 빌 게이츠 같은 천재 한 사람이 몇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기대가 팽배한 현상이 영재 발굴의 필요성을 말해 준다.
천재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우수할 것을 요구하는 평가 제도와 입시정책은 금물이다. 모든 분야에서 우수한 인재가 필요하지만 특정 분야에 재능을 가진 인재도 필요하므로 천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영재 교육과 대학 입시 제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행히 국내에 영재교육학교가 있고 특목고가 있어서 영재육성을 돕고 있다. 이런 교육기관도 대학 입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기에 KAIST는 리더십과 재능을 확인하는 포괄적 면접을 대폭 확대해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영재가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그런데 천재를 특수학교로만 모아서 교육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어떤 천재는 늦게 발견되므로 모두 영재학교에 수용할 수는 없다. 선진국의 경우 학생이 천재로 판정되면 일반 학교에서 특수교육을 제공해 평준화의 한계를 넘도록 지도한다. 학생 수가 감소하는 한국도 이런 제도를 검토할 때가 됐다.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은 방안이 제시됐다. 문제는 교육 현장의 수요는 다양한데 정부의 획일적인 틀로는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다양성을 수용하는 최선의 방법은 대학에 영재 교육을 위한 자율성을 주고 창의적 특성을 갖춰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입학한 대학은 한 분야에 탁월한 인재를 모아서 특정 분야만 가르치지 않는다. 최근 연구의 화두는 다중분야를 결합하고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는 데 있다.
천재는 다른 분야의 전문가와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기본지식과 사회성을 갖춰야 지속적으로 발전한다. 이런 면에서 천재가 성장하는 토대는 최고 수준의 인재가 모이는 세계적 대학의 교육환경이다. 한국은 얼마나 이런 수준의 환경을 제공하는가?
사립 싱가포르경영대 성공의 교훈
필자가 경험한 싱가포르의 대학 교육 체계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는 두 개의 국립대에 집중 투자해서 모두 세계 100대 대학으로 발전시켰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정부지원형 사립대를 따로 만들었다.
정부지원형 사립대에는 말 그대로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고 교육 효과를 평가하되 운영은 자율에 맡긴다. 이렇게 생긴 대학이 싱가포르경영대다. 결과는 대성공이어서 다른 국립대도 비슷한 모형으로 변신하는 중이다.
싱가포르의 집중 지원과 자율 운영 보장은 한국의 교육 현실과 반대 방향이다. 우리 사회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미래를 포기해야 할 만큼 중요할까? 한국이 자율성을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육의 허브가 되는 날 국내 천재뿐만 아니라 외국의 천재도 몰려오는 지식사회의 중심 국가가 될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신천재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이다.
이재규 KAIST 교수·경영학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