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묘한 시점에 정부가 정유사 휘발유 값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기로 해 업계는 더욱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국내 4대 정유업체가 제주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을 담합해 올려 받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만큼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공정위는 올해 2월 정유업체에 담합 혐의로 526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정유업계는 공정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 기각되자 행정소송으로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합니다.
정유업계는 ‘제주 지역 담합 조사’에 대해서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제주 지역의 휘발유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비싼 이유는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정유사별로 휘발유 가격 차가 나지 않는 것도 “‘옆집’과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제품 가격이 거의 같아지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합니다.
하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과 관련해 ‘치열한 경쟁’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유사별로 원유 정제능력 등에 따라 원가비용이 크게 다른데도 인상률과 가격이 비슷합니다. 국내 1위 정유회사인 SK에너지의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2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22.4%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 휘발유 가격 인상분은 22.3%, 현대오일뱅크는 22.4%, 에쓰오일은 22.0%로 모두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휘발유 가격이 가장 비싼 SK에너지와 가장 싼 현대오일뱅크의 L당 가격 차는 2002년과 현재 1.1%로 같았습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원가와 공장도 가격이 ‘영업비밀’이라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늘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는 정유사별 휘발유 가격이 ‘치열한 경쟁’의 결과인지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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