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패배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듯했다.
한국 농구 최장신 센터 하승진(22·223cm)은 지난 주말 일본 도쿠시마에서 열린 한국과 레바논의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2점 차로 진 뒤 속이 새까맣게 탔다. 경기 후 일그러진 그의 표정이 TV 화면에 클로즈업되면서 국내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무엇이 그리 괴로웠을까.
6일 귀국한 하승진은 “나 때문에 진 것 같아 너무 억울했다. 이번이 아니면 올림픽에 나갈 기회도 없을 것 같은데…”라며 여전히 식지 않은 분을 드러냈다. 경기 막판 자유투도 못 넣고 리바운드를 제대로 못 잡아 속상했다는 것. 이날이 마침 그의 생일이라 더 우울했고 새벽에야 겨우 잠이 들었지만 꿈속에서는 여전히 레바논과 경기를 계속하고 있었단다.
비록 내년 베이징 올림픽 출전 직행 티켓 확보에는 실패했지만 하승진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향상된 기량을 펼쳤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큰 키만을 앞세워 공만 잡으면 무모할 만큼 림으로 달려들던 예전과 달리 골밑 위치 선정과 자리싸움에서도 여유를 찾았다.
이런 가운데 연세대 4학년에 재학 중이면서 미국에서 뛰고 있는 하승진의 거취가 새삼 관심으로 떠올랐다. 미국프로농구(NBA) 도전보다는 국내 컴백을 권하는 목소리가 많다. 당장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무조건 1순위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작 하승진의 생각은 다르다. “아직 어리고 배울 게 많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정말 지겨워지면 그때 국내에 돌아와도 늦지 않다.”
하승진은 NBA 진출의 꿈을 이루기 위해 하부리그의 고단한 생활을 견뎌 내고 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자신의 실력에 웃음을 지었다. 이번엔 눈물 속에서 뭔가를 배웠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석 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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