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이라면 의욕이 강해서 나쁠 것은 없다. 사심(私心)이 없다면 말이다. 그러나 이 장관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장관 더 하겠다”는 이유가 다른 데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4월 9일)에 나가기 위해 2월 9일 이전에 사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마할 공무원은 선거 60일 전까지 그만둬야 한다’는 공직선거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장관 자리보다 총선에 마음을 두고 있는듯하다. ‘공선사후(公先私後)’가 아니라 ‘사선공후(私先公後)’식 처신이다.
▷이 장관이 2월 초까지 장관직에 있으면 대통령 임기 말에 인사청문회를 열기 어려운 점을 고려할 때 몇 주 동안 장관직을 공석으로 둬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총선 출마 의사를 분명히 밝힌 정치인이 내각에 있으면 정부의 대선 중립 의지에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장관은 대통령이 임면권을 갖고 있을 뿐 임기가 없다. 이 장관이 노 대통령과 어떤 특수 관계에 있는지는 몰라도 총선에 출마하겠다면서 장관까지 계속하는 건 옳지 않다.
▷이 장관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대선자금 32억6000만 원을 불법 모금한 혐의로 2004년 1월 구속돼 5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그는 2005년 8·15 특사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그해 10월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장관에 임명됐다. 노 대통령을 위해 ‘독배(毒杯)’를 들었다지만 충분한 보상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공선사후’를 생각했어야 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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