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記者들은 취재 봉쇄에 굴복할 수 없다

  • 입력 2007년 8월 20일 2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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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이 그제 새로 마련된 통합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했으나 케이블TV와 인터넷매체 소속 기자 2명만 참석하고 대다수 기자가 외면했다. 정부의 취재 봉쇄에 맞서 브리핑을 거부한 외교부 기자들은 사무실 방문 및 대면 접촉 허용, 전화를 통한 취재원 접근, 기자들과의 협의를 전제로 한 엠바고 및 오프 더 레코드 운용을 공식 요구했다. 정상적인 취재활동을 위한 것들인데도 기자들이 성명까지 전달해야 하는 한국 언론의 현실이 답답하기만 하다.

경찰청은 기자실을 폐쇄하고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는 형사계 교통계마저 기자 출입을 금지하고, 언론사가 미리 협조공문을 보내야 경찰관을 만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취재의 원천 봉쇄와 다름없다. 경찰 기자들은 이를 거부하고 자유로운 취재활동을 기필코 수호하겠다는 성명을 채택했다. 노동부 기자들은 정부가 기자의 공무원 접촉을 막는 대안으로 내놓은 전자브리핑 제도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앞서 재정경제부 출입기자들도 이른바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대해 거부 성명을 냈다.

정부 부처들이 마련한 방안은 언론과의 접촉 기회를 최대한 줄이고, 알리고 싶은 것만 알리며, 감시는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안중에도 없다. 특히 경찰의 취재 봉쇄안은 청와대나 국정홍보처의 방침보다 훨씬 강화된 것이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 때 수차례 거짓말한 사실이 언론 취재로 드러났다. 그는 정부의 취재 봉쇄에 편승해 평소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던 경찰 기자들의 취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브리핑이나 받아 적는 속기사로 만들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 정부의 언론 개혁에 줄곧 박수를 치던 친여(親與) 매체들까지 반대하고 나서겠는가. 그런데도 국정브리핑은 언론 자유를 지키려는 기자들의 저항에 대해 “특권적인 취재 관행을 고수하려는 것”이라고 폄훼했다.

한국 언론은 기자들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독재 권력에 저항한 전통을 면면히 이어가고 있다. 1974년 동아일보 기자들의 자유언론실천선언, 신군부의 검열에 맞선 1980년 기자들의 자유언론선언을 돌이켜 보더라도 노무현 정권의 말기적 폭거에 결코 굴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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