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각국이 테러단체에 굴복하거나 양보하지 않으려는 것은 그런 대응이 테러를 더 조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탈레반은 “납치가 성공적이었으며 납치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걱정이 현실로 닥친 것이다. 독일 캐나다 아프간 등 각국이 우려를 표명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외교적 수사(修辭)로 포장했지만 우려 속에는 탈레반에 굴복한 한국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겨 있다.
김 원장은 테러단체들의 기대치를 한껏 높여 주었다. 앞으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테러범들은 한국 정부와의 직접 협상은 물론 최소한 국정원장 이상의 고위 당국자와 담판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 국정원장이라는 사람이 국가와 국민에게 부담만 안기고 말았다.
이번 사태를 해결한 근원적 힘은 국가적 역량이다. 정부는 물론 온 국민이 한마음이 돼 탈레반과 국제사회에 인질 석방을 호소했다. 국정원 혼자 사태를 해결한 게 아니다. 김 원장은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국민의 눈에는 공명심 때문에 분별력을 잃은 경솔한 공직자로 보일 뿐이다.
홍보에 앞서 인질사태를 예방하지 못했고, 조기 석방에도 실패해 2명이나 목숨을 잃게 한 데 대해 정보기관의 수장으로서 책임부터 느꼈어야 옳다. 설령 국정원이 불가피하게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선에서 그쳤어야 했다.
김 원장은 지난달 은밀히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메신저 역할을 한 뒤에도 자신의 활약을 상세히 공개했다. 김 원장의 이런 처신은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정신과도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청와대 측은 “21세기형 국정원의 모습”이라고 치켜세웠으니 그 국정원장에 그 청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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