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갈등 악화 과정.
중국 베이징(北京) 당국과 대만 간 관계는 1971년 유엔총회 결의 2758호에 따라 대만이 유엔에서 쫓겨나면서부터 국제사회에서 위치가 역전됐다. 그러다 2000년 3월 ‘독립’을 강령으로 하는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당선되면서 양안 관계는 극도로 나빠지는 전기를 맞았다. 올 6월 코스타리카가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면서 외교전은 가열됐다.
양안 간 긴장은 천 총통의 ‘대만 유엔 가입안 국민투표’ 건으로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천 총통은 7월 15번째로 유엔 재가입 신청이 무산되자 내년 3월 총통 선거에서 ‘타이완(Taiwan)’이란 이름으로 유엔 가입을 신청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인민해방군의 유일한 과업은 대만과의 전쟁뿐”(8월 말 당 내부회의)이라고 선언하며 강력 경고했다. 우방인 미국도 강력히 반대한다.
뤼슈롄(呂秀蓮) 부총통은 지난달 미국 일본 호주 한국 등 12개국 언론인을 타이베이로 초청해 “대만의 유엔 가입 노력은 국민의 지지를 받아 진행하는 사명”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로 양보하지 않고 있어 말 그대로라면 내년 초 양안 간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듯한 험악한 분위기다.
하지만 경제 교류 확대 쪽을 보면 사정이 다르다.
1996년 대만의 대(對)중국 수출 비중은 0.5%,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은 3.0%로 아주 미미했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인 지난해 대중국 수출 비중은 28.3%로 1위이며 홍콩을 포함하면 39.8%나 된다. 수입은 12.2%로 일본(22.2%)에 이어 두 번째. 385억 달러 흑자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결국 천 총통 집권 후 양안 간 정치적 갈등 요소는 커졌지만, 중국(2001년 12월)과 대만(2002년 1월)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경제 교류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대만으로서는 정치적 홀로서기도 힘겹지만 경제적 의존도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대만 정부는 초중고 교과서에서 ‘양안(兩岸)’을 ‘양국’으로 바꾸는 등 ‘탈(脫)중국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런데도 ‘발 밑’은 점점 중국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현실과 명분 사이의 고민은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대만 행정원이 최근 내놓은 설문조사 자료(4월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1국 2체제’가 양안 문제를 푸는 데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아니다(72.2%)는 응답이 그렇다(1.28%)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양안 간 경제 교류 속도에 대해서는 너무 느리다(30.2%)가 너무 빠르다(22.5%)보다 높아 교류 확대를 바랐다. ‘양안 관계’의 방향에 대한 질문에는 현상 유지(89.7%)가 ‘독립’이나 ‘통일’보다 훨씬 많았다. 대만인 스스로의 귀속감을 묻는 질문에는 대만인이란 응답이 27.7%지만 중국인(13.3%) 그리고 둘 다(30.5%)라는 응답도 있다.
대만이 이런 혼란과 고민을 어떻게 풀어 갈지는 같은 분단국인 한반도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구자룡 국제부 차장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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