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프랑스는 오랜 기간 수많은 전쟁을 거치며 숙적으로 지내 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두 나라는 상호 협력관계의 우방국이 됐다.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가 개선된 이유는 첫째로 초국가적인 조직의 신설 덕분이었다. 국경 근처의 석탄 등 광물 때문에 전쟁이 발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전쟁을 막기 위해 유럽석탄철강공동체가 설립된 것이다. 공동체의 운영은 회원 국가들의 주권 일부를 위임받은 ‘초국가적 권력’으로 이뤄졌다. 이 초국가적 권력은 유럽의 전쟁을 막고 통합을 촉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고, 후에 유럽원자력공동체와 유럽경제공동체, 그리고 현재의 유럽연합으로 발전하는 발판이 됐다.
초국가적인 조직 신설이 우호적 국가관계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아시아 23개국 전문가들이 모여 법률가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한일 양국뿐 아니라 참여국 모두에 교류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자리다.
독일과 주변국의 관계가 우호적으로 바뀔 수 있었던 두 번째 이유는 독일이 독재 허용을 금지하는 여러 법률적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독일에는 나치 희생자와 관련한 정부와 기업의 채무를 전담하는 전범 전문 변호사가 있다. 유대인 대학살을 부인하거나, 희생자의 수를 축소할 때는 처벌을 받는다. 독일 형법에는 또 민주 원칙을 어기는 조직은 기본적 인권 보장을 받을 수 없고, 그런 조직을 지지하거나 그 조직의 로고를 대중 앞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나치의 상징 심벌인 갈고리십자가(Hakenkreuz) 사용도 법으로 금지돼 있는데, 이는 오래된 기차나 자동차 모델에 원래부터 장식돼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없다. 독일의 이런 조치는 일본 정부의 태도와 큰 차이가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세상의 공통 언어는 음악이듯, 전 세계의 변호사들은 합법적으로 사고하는 정의에 대한 믿음을 공유한다. 사법 개혁의 물결을 거쳐 점차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변호사들이 정의와 공정을 앞세워 두 국가 사이의 민감한 사안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다나카 미키오 일본변호사연합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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