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승식]동물등록제, 주인 책임의식 키운다

  • 입력 2007년 9월 5일 02시 59분


농림부는 7월 9일 동물보호법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 중에 눈길을 끄는 내용은 시도 조례에 따른 ‘동물등록제’다. 등록제 시행 지역에서는 ‘가정에서 기르는 개’를 반드시 등록해야 하고 주민등록번호 같은 ‘동물등록번호’를 부여받게 된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규제’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오래전부터 애완동물 등록제를 시행했다. 미국은 150년 전에, 영국 일본 싱가포르도 수십 년 전에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일차적 목적은 광견병 확산 방지와 공중보건위생 확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보호자에게 동물에 대한 책임감을 고취시키고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문화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현재 한국에서 개를 비롯한 애완동물과 사는 인구는 1000만 명, 애완동물 관련 산업 규모는 1조 원이 넘는다. 애완동물에 대한 의식은 그런 외양에 걸맞지 못하다. 2005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개똥녀 사건’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유기견 문제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문제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책임의식 부족 탓이다. 동물등록제가 책임감을 특히 강조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애완동물에 대한 책임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동물복지 차원에서 자신의 애완동물을 잘 보살필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는 타인을 위해 가져야 할 책임이다.

주인은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의 신체적 정서적인 건강을 잘 보살펴야 한다. 동물을 사랑할수록 잘 보살필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외국 자료를 보면 의외로 애정과 책임의 상관관계가 매우 약하게 나타난다. 애완동물은 사람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수(人獸)공통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접종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최근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동물을 마치 완구나 장난감으로 보는 의미를 갖는다고 해서, 이를 ‘반려(伴侶)동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동물을 키우는 모든 사람이 책임을 다함으로써 동물보호법과 같은 강제적 규정 없이도 모든 사람과 동물이 반려자로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나승식 바이엘헬스케어 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