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독일 베를린의 IFA 전시회장을 둘러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새로운 게 없다”고 했습니다. LG전자 디지털디스플레이(DD)사업본부장인 강신익 부사장도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뭐 특별한 게 있던가요”라고 하더군요.
원래 가을에 열리는 IFA 전시회는 연초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보다 신제품이 훨씬 덜 나옵니다.
그러나 ‘특별한 게 없는 전시회’는 이런 계절적 요인 때문만은 아닌 것 같더군요. 글로벌 기업들의 실력이 막상막하여서 기술과 디자인의 차별화를 꾀하기가 점점 어렵다는 겁니다. 강 부사장도 “상당한 수준의 차별화 없이는 생존하기도 어렵다”고 했습니다.
개막일인 지난달 31일부터 사흘간 둘러본 전시회장에서 기업들의 그런 안간힘이 느껴지더군요. LG전자는 전시 부스에 ‘초콜릿(chocolate)’이라고 붉게 쓴 별도의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세계적 히트 상품인 ‘초콜릿폰’의 인기를 활용해 ‘초콜릿=LG’라는 효과를 노린 것입니다.
삼성전자 부스는 온통 고광택 블랙 컬러 재질과 푸른색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버튼으로 디자인된 제품 일색이었습니다. ‘고광택 블랙’은 ‘보르도 TV’의 대성공 이후 다른 제품으로 확산됐고 푸른색 LED는 삼성의 상징인 푸른색과 맞아떨어집니다.
네덜란드의 국민 기업인 필립스는 ‘센스 앤드 심플리시티(Sense and Simplicity·감각 있고 단순함)’란 구호로 도배돼 있었습니다. 두 단어는 2003년에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중국 등의 소비자를 심도 있게 조사해 얻어낸 것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멀리서 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브랜드가 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IFA 전시회가 막을 내려도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그 싸움에서 한국 기업들도 선전(善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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