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동주]베이징 올림픽, 中민주화 빗장 여나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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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세계인의 이목이 벌써 베이징 올림픽의 정치화 과정과 결과에 쏠리고 있다. 일당독재 국가 중 세계 최대인 중국 공산당 정부가 올림픽이라는 세계무대에서 사상 처음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란 새 이정표를 세우고 화려한 ‘커밍아웃 파티’를 시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인권 보장과 언론 자유 등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내외 반체제 세력이 때를 기다리고 있다. 티베트인과 위구르인 등 소수 민족의 독립 요구도 만만치 않다. 환경 문제와 장난감 등 중국산 공산품의 안전성 문제까지 가세해 베이징 올림픽의 정치화는 세계적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스포츠와 정치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스포츠에 내재된 경쟁, 상징, 규율 등 문화적 요소 때문에 자연스레 정치화한다. 로마 황제들은 콜로세움에서 시민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검투사와 사자의 싸움을 벌였다. 현대의 독재자도 스포츠를 이용해 권력을 유지하고 확대하려 한다. 민주정치 지도자도 마찬가지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0년 첫 유세에서 자신을 국민적 영웅인 한 풋볼 선수와 동일시하며 베트남전 패배와 이란 미 대사관 인질 사태로 패배감에 젖어 있던 국민에게 애국심을 호소하여 대승했다.

올림픽은 스포츠와 함께 정치 무대를 제공한다. 1936년 히틀러의 정치 선전장이 된 베를린 대회, 1952년 냉전의 첫 대결장이었던 헬싱키 대회, 1968년 미 흑인 선수들의 ‘블랙 파워’ 전시장이었던 멕시코시티 대회, 1972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테러로 이스라엘 선수 11명이 학살된 뮌헨 대회, 1980년과 1984년에 연속으로 냉전의 희생양이 된 모스크바와 로스앤젤레스 대회, 그리고 한국의 민주화를 불러온 1988년 서울 대회 등이 모두 그랬다.

베이징 대회도 국내외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제기되면서 정치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여배우 미아 패로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중국 정부가 석유지원금으로 수단 정부의 다르푸르 인종 학살을 돕고 있다고 공격하며 ‘대학살의 올림픽’을 경고했다. 4월에는 티베트 독립운동가 4명이 히말라야 산을 통과하려는 중국의 성화 봉송 계획에 항의하며 에베레스트 정상 베이스캠프에 독립 요구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하다가 구속됐다.

국제 비정부기구(NGO)들도 중국에 정치 민주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인권감시단’과 ‘국제사면위원회’는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 보고서를 제출했고 ‘기자보호위원회’와 ‘국경 없는 기자회’도 외국 기자에 대한 취재 방해와 연금 사례, 국내 기자 구속 등 중국의 언론 탄압을 지적했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것은 후자(胡佳) 등 국내 반체제 인사들의 민주화 요구다.

주최국의 국위 선양과 국민 통합을 앞세워 국민의 일상적 탈정치화를 강조해 온 중국 정부가 이제 국내외 민주화 요구와 소수민족의 독립 요구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이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화의 빗장을 연 한 계기가 된 것처럼 20년 만의 베이징 올림픽도 국내외의 민주화 요구와 세계의 비판여론으로 정치 개방의 민주화를 이루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가능성에 지구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동주 북태평양문제연구소 소장 경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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