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대입 내신 반영률을 자율에 맡기겠다. 제재 논의는 적절치 않다”고 한 말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교육부는 당시 ‘내신 실질반영비율을 50%까지 높이지 않으면 재정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다가 교수들이 반발하고 여론이 들끓자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30% 수준에서 출발해 3, 4년 내에 단계적으로 목표치에 도달해 달라”고 물러섰다. 이러던 교육부가 다시 돌변한 이유가 궁금하다.
▷교육부가 제재를 하겠다는 내년 2월은 정부가 바뀌는 시기다. 어떤 교육철학을 가진 대통령이 취임할지 모르는 때를 제재 시점으로 잡은 의도가 아리송하다. 자존심을 살리기 위한 엄포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거나,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교육부가 저러는 것 아니냐는 풀이도 있다. 입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학부모와 수험생은 어느 쪽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춰야 할지 혼란스럽다.
▷대학에 관한 각종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교육부의 힘은 막강하다. 사이버대학 인허가를 담당했던 교육부 국장급 간부가 대학들로부터 2억2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일 구속된 것도 교육부의 ‘규제 파워’를 보여 준 사례다. 수도권 주요 사립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에 목을 매고 있다.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브리핑에서 내신 반영비율을 로스쿨 설립 인가와 연계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교육부 규제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한국 대학들이 언제쯤 세계 일류대학에 진입할 수 있을까.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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