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차 無분규와 노조의 경영권 간섭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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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타결했다. 오늘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무난히 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만도 두 차례나 ‘정치적 파업’을 한 데 대한 국민 비난과 노조 내부의 자제 목소리가 무분규 타결에 힘이 됐다. “파업을 안 하면 음식 값을 할인해 주겠다”며 적극 말리고 나선 울산시민의 힘도 컸다.

이번엔 노사 양측의 교섭 자세도 달라졌다. 회사는 높은 수준의 일괄협상안을 제시했고 노조는 파업을 유보하며 협상을 이어 갔다.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 강성 노조가 모처럼 협조한 무분규 타결은 현대차의 ‘글로벌 톱 5’ 진입과 노사 모두 승자가 되는 노사화합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사가 생산성 높이기에 온힘을 쓰면 습관성 파업으로 상처를 입은 브랜드 이미지와 대외 신뢰도를 회복할 수도 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현대차 종업원 1인당 생산대수는 31.5대, 매출액은 45만 달러로 도요타(58.4대, 132만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원화가치 상승, 중국 자동차의 위협, 일본 자동차의 약진 등 악재도 많다.

현대차 노사는 경영권 간섭의 소지가 있는 노조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는 재계의 걱정도 씻어 줘야 한다. 신차 생산 공장 및 생산물량, 해외공장 신증설 등은 노사공동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받도록 한다는 내용이 특히 그렇다. 회사 측은 “큰 양보가 아니다”고 했지만 글로벌 시장 상황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아반떼HD나 투싼 등을 생산하면서 잉여인력 조정 문제로 노조의 발목 잡기에 시달린 경험도 있지 않은가. 56년간 무분규로 세계 최고의 자동차메이커가 된 도요타에선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종 이관이나 신차종 라인투입에 노조는 관여하지 않는다.

‘10년 만의 무분규 타결’이 노사평화를 전적으로 담보하지는 못해도 노사 모두에 새로운 출발점이 됨 직하다. 내년 상반기 중 ‘가스와 전력을 끊고 비행기를 세우는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국민을 협박한 민주노총도 생각을 바꾸는 게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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