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승호]산시 省

  • 입력 2007년 9월 7일 03시 01분


중국의 현재 수도는 베이징(北京)이지만 중국 왕조가 가장 오랫동안 수도로 삼은 곳은 시안(西安)이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秦)을 비롯해 ‘중국’이라는 정체성을 완성한 한(漢), 서역 교역을 통해 중국을 세계 국가로 만든 당(唐) 등 14개 왕조가 1100년 동안 이곳에서 번성했다. 우리에게는 옛 이름 장안(長安)이 더 익숙하다. 시안을 성도(省都)로 하는 산시(陝西) 성은 하(夏) 은(殷) 주(周)로 이어지는 황허(黃河) 문명의 발상지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9일까지 ‘산시성 문물 특별전’이 열린다. 진시황릉에서 출토된 석궁수(石弓手) 병마용이 전시장 입구를 지키고 있다. 8000여 개의 병마용 가운데 채색이 가장 잘 보존된 10점 중 하나로 이번에 귀한 걸음을 했다. 함께 출토된 청동거위도 선이 유려하고 생동감이 뛰어난 걸작이다. 당삼채(唐三彩) 낙타도자기는 실크로드의 출발지이자 세계화 거점도시였던 7∼9세기 장안의 당당한 자신감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이렇게 잘 보존된 당삼채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한다.

▷진귀한 유물들이 나들이할 수 있었던 것은 산시 성 정부가 워낙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시 장소만 제공해 달라”며 유물 대여료는 물론 보험료, 운반료까지 모두 중국 측이 부담한 덕에 입장료도 공짜다. 사실 이번 전시회는 내년 베이징 올림픽 관광객을 비행기로 1시간 반 거리의 시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면밀히 기획된 ‘미끼 상품’이다. 그래서 전시회 안내문에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관광은 시안으로’라고 씌어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는 지난달까지 ‘중국 국보전’이 열렸고 그 전시품 325점 중 65점이 산시 성에서 왔다. 산시 성 측이 “기왕 유물을 보낸 김에 산시 성 특별전을 따로 열고 싶다”며 더 귀한 소장품 30여 점을 추가로 보내온 것이다. 산시 성뿐 아니라 중국의 다른 지방 정부들도 한국인 관광객 유치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한 중국이 저렇게 애를 쓰는데, 우리는 여행수지 적자가 거듭 기록 경신을 하는 데도 태평하기만 하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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