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엔 ‘법관’보다 더 무서운 금융감독원 임직원들도 이런 자기비판과 성찰이 필요할 듯합니다. 금감원이 설립된 2001년 이후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 대상인 2급 이상 퇴직자 141명 중 83명이 금융회사에 재취업했고, 이 중 68명은 퇴직 바로 다음 날 금융회사 감사 등으로 옷을 바꿔 입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지요. ▶본보 10일자 A2면 참조
오랫동안 국민 세금으로 생활해 온 분들이 퇴직도 하기 전에 자신의 새 직장부터 챙겼다는 비판이 나올 법합니다. 그것도 국민이 부여한 온갖 권한을 갖고 감시·감독해야 할 금융회사들과 말이지요.
계속되는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감원 고위직 출신의 금융회사 재취업률은 매년 급증해 올해는 76%나 됐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분들 중 대다수가 퇴직 직전에 은행, 보험, 증권사 감독 업무와 직접 관련 없는 부서로 배치됐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측은 “주로 퇴직을 앞둔 분들이라 한직에 배치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국민에겐 매년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경력 세탁’으로 비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올해 7월 처음으로 이들 중 4명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이유로 취업 불허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 결정이 나기 전에 이미 해당 금융회사에 취업해 있었고, 행정소송 등을 낼 경우 임기를 채우는 데는 별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당시 금감원 내부에선 “왜 새삼스럽게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동안 공직자윤리법이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것이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법의 허점보다 금감원 임직원의 결여된 ‘공복(公僕) 의식’입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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