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손이 잘못 나가다

  • 입력 2007년 9월 13일 03시 02분


박영훈 9단은 흑 151 때 염정훈 5단이 돌을 던지자 속으로 깜짝 놀랐다. 박 9단은 참고도와 같은 진행을 예상하고 있었다. 좌하에서 백 126의 착각으로 손해를 보긴 했지만 집 차이는 두 집 언저리에 불과하다. 확률이 희박하긴 해도 흑이 한 번 삐끗하면 뒤집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돌을 던지기 아쉬운 상황이라는 것.

그러나 염 5단은 미련 없이 돌을 던졌다. 염 5단도 기분파에 속하는 기사. 백 126의 실수에 기분이 상한 그는 더는 둘 마음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는 백 126 대신 128로 끼우는 수를 오래전부터 보고 있었다. 그러나 둘 때가 돼서 반상에 놓은 수는 126이었다. 염 5단은 돌에서 손을 떼는 순간 실수를 알아차렸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프로들은 이것을 ‘손이 잘못 나갔다’고 표현한다. 김승준 9단 역시 자신도 가끔 그런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왜 그런 엉뚱한 일이 일어날까. 본인들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한다. 그저 ‘마(魔)가 끼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것. 62·67…54, 65…59. 151수 끝 흑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35분, 흑 1시간 25분.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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