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김상진(41) 씨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주변에서 최근 회자되는 고사성어다.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했으나 정작 나타난 것은 생쥐 한 마리뿐이라는 말이다.
지난달 31일 보완수사 방침을 발표하던 때만 해도 부산지검의 각오는 비장했다.
‘김 씨 관련 의혹에 대한 보완수사’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사실상 정윤재(43)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을 겨냥한 수사라는 것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수사팀 규모도 부장검사 등 검사 6명을 비롯해 대형 게이트 수사팀 규모에 맞먹는 37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이 때문에 검찰 주변에서는 수사팀이 가시적인 수사 성과를 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보완수사에 돌입한 지 13일째인 12일까지 새롭게 알려진 사실은 단 두 가지에 불과할 만큼 초라하다.
김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2003년 3월 정치후원금 2000만 원을 건넸다는 것과 이위준(64) 부산 연제구청장에게 뇌물 1억 원이 든 돈 가방을 건넸다 돌려받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두 사실 모두 지난달 24일 김 씨가 기소되기 직전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새롭게 밝혀 낸 것은 아니다.
게다가 김 씨와 정 전 비서관 모두 정치후원금이 합법적이었으며 추가로 주고받은 돈은 없다고 말하고 있고 이 구청장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뇌물죄 성립 여부를 여전히 검토 중이어서 두 사실이 수사 성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검찰도 이를 의식한 듯 김 씨를 재구속한 뒤부터는 수사 상황에 대한 정례 기자간담회 방침을 철회했다.
이런 와중에 한나라당은 정 전 비서관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조만간 부산 지역 현지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가 추석을 넘길 경우 연말 대선 일정과 맞물려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태산명동 서일필’이 회자되는 데에는 대규모 수사팀을 투입하고도 10여 일째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검찰 수사팀에 대한 눈 흘김의 뜻도 분명히 있다.
검찰이 핵심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는 바람에 정치권의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으로 이어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산에서
전지성 사회부 vers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