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충청남도 주최로 열리는 ‘고려인삼의 역사, 문화적 가치 재조명을 위한 국제학술심포지엄’에 중국 학자가 미리 제출한 논문의 내용이다.
문제의 논문은 중국 중산(中山)대 웨이즈장(魏志江) 교수가 쓴 ‘중국인의 고려삼 인식과 인삼무역’.
웨이 교수는 이 논문에서 “한무제가 기원전 107년 랴오둥에 세운 고구려 현(지금의 동북 3성 가운데 하나인 랴오닝·遼寧 성)의 인삼이 ‘석주삼(石柱蔘)’이라는 학명을 갖는 한편 ‘요삼(遼蔘)’으로 불렸다”며 “그 후 이곳을 지배했던 고구려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멸망한 뒤 그 유민들이 석주삼을 한반도로 가져가 재배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인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려던 충청남도로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중국학자가 고려인삼의 ‘종주국’인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대놓고 펴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심포지엄은 ‘고려인삼 원조’ 논쟁으로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토론자로 나설 동북아역사재단의 윤재운(한국고대무역사) 박사는 “고구려 멸망 전인 삼국시대에 백제, 신라 등이 이미 인삼을 중국으로 수출해 중국에서 ‘백제삼’과 ‘신라삼’이라는 말을 썼다”고 웨이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아마도 고대부터 일찍 인삼을 상품화해 수출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고려인삼에 (중국 측이) ‘무임승차’하려는 전략 아니냐”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이 국내외에서 고려인삼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키려는 홍보를 제대로 해 왔느냐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고려인삼의 역사, 문화적 가치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심포지엄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학자들은 털어놨다. 최근 인삼의 수출액이 점차 줄고 있지만 해외의 권위 있는 학술저널에서 고려인삼의 의학적 우수성 등을 깊이 있게 분석한 한국 학자의 논문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웨이 교수의 황당한 주장은 우리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은 셈이다.
고려인삼의 원산지를 중국으로 바꿔 놓으려는 주장에 무턱대고 흥분만 해선 안 된다. 이를 계기로 고려인삼의 해외 홍보를 위한 중장기적 전략부터 세워야 한다. ―대전에서
지명훈 사회부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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