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갈 길은 아득한데

오늘 수순은 흑 101까지 이어지지만 59∼65의 흑의 행마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바란다. 행마의 진수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다.

우선 흑 59. 좌변 백을 압박하는 수로 이 정도 깊이가 딱 알맞다. 흑 59보다 한발 더 들어가면 백의 반격을 부르고 한발 물러서면 너무 느슨해 백도 여유가 생긴다.

흑 63. 슬쩍 비켜선 것 같지만 하변 흑진을 지키면서 백의 진출을 차단하는 일석이조의 수. 백 64로 밀고나올 때 흑 65로 가볍게 뛰자 중앙 흑이 두터워지면서 ‘가’로 끊기는 약점도 보강됐다. 백도 더는 중앙으로 나가는 게 실익이 없다고 보고 66, 68로 자체 삶을 서둘렀다.

결국 59∼65의 결과를 보면 백은 제자리걸음인데 비해 흑은 온갖 실속을 다 챙겼다.

흑 81이 무리한 행마인 듯한데 쉽게 응징하려고 하다간 큰코다친다. 참고도 백 1로 붙여 차단하는 수가 떠오르지만 흑 2로 끼우는 수가 절묘해 흑 6까지 흑이 쉽게 수습된 모습.

흑 101까지 흑이 실리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데다 별다른 약점도 없다. 백으로선 갈 길이 아득히 먼데 해가 벌써 저물려고 한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