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기택]내수 육성 수출의존도 줄여야

  • 입력 2007년 9월 17일 03시 01분


최근 국내 경기지표를 보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듯 보인다. 산업생산은 7월 전년 동월 대비 14.3% 증가했다. 서비스업생산은 9.8% 증가로 4년 9개월 만에 최고였다. 8월에는 수출도 전년 동월보다 14.4% 증가해 1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었다. 민간 건설경기만이 최근 지방건설사의 연이은 부도에서 보듯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변수에 취약한 한국 경제

하지만 세계경제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달 발생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파장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은 이미 전 세계의 금융상품에 편입돼 있다. 문제 발생 초기 주요국 중앙은행은 시장 자금 공급을 늘려 서브프라임 문제가 금융권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지는 것을 차단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문제는 궁극적으로 실물경제와 연결돼 있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서면 일자리가 줄어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지난주 미국 내 고용자 수가 줄었다는 발표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 금융시장은 아직 금융기법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달하지 못했고 금융기관 국제화도 충분히 진전되지 못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은 위험 기피 성향이 강해져 공격적 투자를 자제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채권이 국내 금융기관의 투자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므로 우리가 서브프라임 문제로 받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서브프라임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국내 증시의 변동 폭이 오히려 미국 증시보다 더 큰 것은 우리 실물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금융상황으로 인해 최근 유가 급등은 세계경제에 더욱 부정적인 요소로 인식된다. 지난주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한때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 과거 두 차례의 원유 파동에서 보았듯이 유가 인상은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킨다.

현재 원유 가격은 일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할 때 과거 석유 파동 때보다는 낮다. 그리고 그동안 대체에너지 개발로 세계경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중요도도 낮아졌다. 그러나 과거보다는 덜하더라도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은 틀림없다.

또 다른 복병은 중국의 인플레이션 심화 현상이다. 중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6.5%나 상승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연간 억제 목표치인 3%를 훨씬 상회하는 것이다. 농산물 가격 급등과 인건비 상승이 주원인이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중국의 저가수출품 덕분에 인플레이션 우려 없이 지속적인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리정책을 놓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中인플레이션 또 다른 복병으로

이러한 세계경제의 부정적 요소들이 현실화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우리 금융시장에 과다하게 충격을 미치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 급속한 자산가격 하락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리 및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로부터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에 정부가 내놓을 뾰족한 단기 대응책은 없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지 모르는 현재로서는 좋은 대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내수시장 육성에 매진해 우리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과감한 규제 철폐를 통한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더욱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다.

홍기택 중앙대 정경대학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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