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춘만]메세나가 위축돼선 안된다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03분


메세나(Mecenat)란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뜻하는 프랑스 말로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의 정치가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했다. 로마시대부터 메세나의 진정한 의미는 사회 유력자에 의한, 문화예술에 대한 대가 없는 후원을 뜻한다. 대가 없는 지원과 후원의 의미 때문에 오늘날까지 메세나는 한 시대를 이끌어 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신정아 스캔들로 인해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권력형 메세나’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으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메세나는 최근 미술품 투자시장 확대를 계기로 활기를 찾았다. 하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두려워한 기업이 문화계 지원을 꺼리면서 메세나가 위축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불미스러운 스캔들을 순수한 의미의 메세나와 연관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논란이 된 비정상적인 후원 유치 등은 메세나가 아닌 개인 비리로 봐야 한다. 국민이 기업 메세나 활동의 순수성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예술 지원 또는 문화 마케팅 등 기업의 다양한 문화경영은 한국 문화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근간임에 틀림없다. 이번 사건을 기업의 메세나 활동 체질 개선과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지 메세나 위축 분위기로 몰아간다면 우리나라의 문화 수준이 후퇴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다.

국내 기업은 문화 기업으로서의 성장기에 있다. 문화예술로부터 창의성과 다양성을 배워 가며 문화경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의회가 조사한 2006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지난해 1840억 원을 문화예술 지원에 투자했다. 3년 연속 증가한 액수다. 일본의 2005년 문화예술 지원 비용인 2000억여 원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우리가 문화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과 후원은 필수다. 한국메세나협의회는 수년간 기업의 도움을 받아 전국 각계각층의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 수준 높은 예술 공연을 펼치는 ‘찾아가는 메세나’ 사업을 벌였다.

또 기업과 예술단체의 일대일 결연을 통해 문화예술 지원을 돕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 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다. 사회 공헌의 의미를 갖는 메세나 활동의 이미지가 이번 스캔들로 훼손되거나 축소된다면 기업과 문화예술단체와 문화 소외 계층에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메세나가 긍정적으로 자리 매김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은 문화경영을 확립할 수 있도록 역량을 다져야 한다. 문화 기업으로 성공한 기업의 문화경영 기법을 배우고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접하면서 안목을 높여 문화예술을 지원한다면 그동안 문제가 됐던, 인맥을 통한 압력과 지원 등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역량 확립은 기업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문화예술 분야도 개인 인맥을 통한 후원 유치보다는 철저한 기획과 마케팅 기법을 통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예술 동반자를 만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21세기 키워드는 ‘문화’와 ‘창조경영’이다. 이번 파문으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폄훼되거나 축소되어서는 안 된다. 문화 지원에 대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과 관심은 오히려 더 확대돼야 한다.

미술계 전반에 때 아닌 태풍과 폭우가 한창이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예술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 메세나 활동이 앞으로 더욱 견고하게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춘만 한국메세나협의회 감사 이건산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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