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프로농구, 용병 탓에 죽는다

  • 입력 2007년 9월 19일 03시 03분


1998년 이맘때 프로농구 동양(현 오리온스)의 호주 시드니 전지훈련에 출장을 갔다.

당시 동양은 김병철과 전희철이 입대를 해 전력 공백이 컸지만 외국인 센터 콜버트가 탄탄한 골밑 장악으로 캠프 분위기를 이끌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은 콜버트는 정작 시즌 개막 후 얼마 안 돼 “집 나간 아내를 찾아야 한다”며 미국으로 야반도주했고 동양은 세계신기록 감인 32연패에 빠졌다. 그 이유는 마땅한 후속 용병이 없어 영입이 늦어진 데다 새로 가세한 마일즈와 기존 선수 다지의 기량이 떨어져서다. 게다가 국내 선수 전력도 나빴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9년 전 얘기를 새삼 꺼낸 이유는 시즌 개막을 한 달 앞둔 요즘 감독들 사이에서 ‘제2의 콜버트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서다. 용병 때문에 애를 태우다 자칫 시즌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인지 최근 전체 20명의 외국인선수 중 5명이 이미 퇴출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 모비스는 두 명을 모두 바꿨고 오리온스는 4순위로 뽑은 샌포드를 내보낸 뒤 귀화선수 이동준의 형인 혼혈아 에릭의 영입까지 검토하다 실패하기도 했다. LG는 블랭슨을 부상으로 일시 교체하면서 편법 논란도 일으켰다.

동부 전창진 감독은 기량이 떨어지는 팔리의 퇴출을 검토하고 있고 KTF는 무릎이 안 좋은 워싱턴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다.

용병 물갈이가 시즌 개막전인데도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은 교체 대상이 되는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이 속속 다른 리그로 빠져나가 마땅한 후보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어서다. 먼저 바꿔야 그나마 쓸 만하다는 전략적인 판단 때문이다. 몇 달 후면 바꾸고 싶어도 선수가 없을 수도 있다. 예전 동양처럼 ‘동네북 팀’이라도 나온다면 리그에 대한 흥미는 떨어질 게 분명하다.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외국인선수 선발이 올 시즌에는 4시즌 만에 드래프트 선발 제도로 복귀됐다.

하지만 기량 점검이 철저하지 못하고 메디컬테스트가 부실한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잦은 용병 교체 사태가 계속되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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