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가 좀 짓궂나요. 하지만 지금 유럽연합(EU)의 태도는 마치 형과의 차별대우를 못 참는 동생 같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고 있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3차 협상. EU는 이 자리에서 사사건건 한미 FTA를 들먹이며 자신들이 미국보다 낮은 대우를 받는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미국엔 시장을 많이 열어 줬으면서 왜 EU에는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거예요.
김한수 한국 측 수석대표도 “EU가 계속 ‘코러스 패리티(KORUS parity)’를 강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코러스는 ‘한미 FTA’의 약칭으로 결국 코러스 패리티는 ‘한미 FTA 때와의 동등한 대우’를 뜻합니다.
EU의 이런 태도는 올 7월에 열렸던 2차 협상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때도 “EU가 구체적 요구는 없이 미국과 비교만 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체리는 한미 FTA에선 관세 조기 철폐인데 한-EU FTA에서는 기타 품목으로 돼 있고, 맥주의 관세 철폐 기한은 한미의 경우 7년인데 한-EU에는 15년이라는 식이에요. 이렇게 EU는 협상 때마다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사전에 연구한 뒤 일일이 비교하는 데 열을 올립니다.
심지어 한미 FTA 때는 한국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 시위가 잦았는데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점을 들어 “한국이 EU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며 섭섭함을 표시하기도 했다는 후문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물론 한국 시장을 미국에 뺏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겠죠. 하지만 그보다는 전통적으로 미국을 견제해 온 EU의 속내가 이번 협상 때 표면화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정치적, 경제적으로 패권 경쟁을 벌이는 EU는 산업 기술 등에 관한 표준 경쟁도 치열하게 벌이고 있죠. 세계의 주도권을 미국에 뺏겼다는 자존심 문제도 큰 것 같습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미 FTA가 EU와의 협상에 부담을 준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EU의 자존심을 어느 정도 살려 주면서 실익을 챙기는 식으로 협상을 끌고 간다면 ‘EU의 질투’는 오히려 한국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브뤼셀=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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