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를 위해 의원들을 독려하는 것은 당 지도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독립적인 입법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지금은 17대 마지막 정기국회 회기 중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번 국회 개회 전 ‘감세(減稅)를 비롯한 민생, 일자리 창출, 언론자유 수호 관련 법률 정비’를 3대 목표로 제시하면서 “비록 대선이 있더라도 이번 국회를 잘 마무리하고 노무현 정부의 공과(功過)를 평가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원을 ‘집표(集票) 영업사원’쯤으로 내몰아서는 이런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꼼수가 아닌 진정성으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고 민주주의를 지켜 내는 데 헌신한다면 그것이 곧 ‘한나라당이 집권해야 할 이유’로 평가받을 수 있다. 유권자들은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하는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정치인과 정당을 알아보고 지지할 정도의 안목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제 이규용 환경부 장관 내정자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위장전입을 오히려 감쌌다. 이명박 후보의 위장전입 전력을 의식했음을 세상은 쉽게 안다.
이 후보의 언행에서도 자만심이 느껴진다. 경선 때 ‘관기(官妓)’ 발언으로 비판을 받고도 또 ‘마사지 걸’ 발언으로 설화(舌禍)를 자초했다. 언행에 자제력(自制力)이 모자라는 것은 국가리더십의 결격사유임을 현직 대통령이 너무도 잘 보여 주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이명박 성토장’ 삼아 이 후보를 헐뜯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 후보부터 빌미를 제공하지 말아야 한다. 말로써 나라를 어지럽히고 국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대통령이 다시 나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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