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핵심은 북한 핵문제를 어떻게 완결 지을지 김 위원장으로부터 확실하게 다짐을 받는 일이다.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는 애매한 말로 적당히 넘어가려 해도 “이 자리에서 핵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히라”고 결연하게 주문해야 한다. 노 대통령도 “북에 할 말은 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북핵 문제가 바로 그런 사안이다. 7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공공연하게 다그친 당찬 노 대통령 아닌가. 평화체제 문제는 그 이후에 진지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
NLL 문제 역시 무리하게 꺼낼 생각을 접어야 옳다. 북측이 집요하게 요구하더라도 기존 장관급회담에서 논의하도록 유도하거나 “차기 정부와 의논하라”고 피해 가야 한다.
노 대통령은 그제 김천 혁신도시 기공식 축사에서 “이번에 제가 북쪽에 가는데 토지공사, 도로공사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치밀한 전략이 없는 대북 SOC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김정일 정권 유지에 도움만 주고 우리 국민은 골병들게 할 우려도 있다. 평양에 불러줬다고 ‘백지어음’을 남발할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아리랑 공연의 성격도 잘 알 것이다. 북한 체제가 우월하다고 선전하는 그런 공연 관람을 두고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양 정상이 함께 관람하는 것 자체가 전 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잠꼬대 같은 소리를 했다. 이 장관은 아동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인권 문제는 해당 지역의 환경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는 그의 이성(理性)을 의심한다.
다수 국민이 반대할수록 엇나가는 것이 노 대통령의 특기인지는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절제의 미덕을 보여 주기 바란다. 그것이 임기 말 대통령의 바른 처신이자 국민에 대한 마지막 책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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