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호들 복마전’에 면허 주는 셈
다만 제도의 시행 과정에 우려스러운 조짐이 있어 걱정이 앞선다. 근거가 되는 법이 단임 대통령의 임기 끝에, 그것도 정기국회 마지막 날에 불쑥 가결됨으로써 졸속 입법이 아니었냐는 불필요한 의심을 받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편제가 완성되기도 전에, 상당한 교원 수를 구비할 것을 조급하게 요구함으로써 ‘명절 앞두고 허생 과일 사 모으듯’ 전국 법대가 교원 쟁탈전에 나서도록 자극했다. 물론 이런 문제는 사법 체제의 전환에 불가피한 ‘이전 비용’으로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우수한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법 제1조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는 파괴적 시도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필요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의 전체 정원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면 기존 사법시험이 ‘로스쿨 입시’로 대체되는 결과를 낳을 뿐 하등의 개선이 없을 것이다. 변호사 선발시험의 전체 정원을 과도하게 통제한다면 법학전문대학원은 곧 변호사시험 준비 학원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어느 쪽도 ‘양성’과 ‘경쟁’이라는 제도 개혁의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이 마법의 보자기인 양 온갖 입법 목적을 싸 담는 것도 실패의 원인일 수 있다. 현재 논의되는 심의 기준 중 교원 채용에 획일적 비율로 성별 우대나 졸업 대학별 제한을 강제하는 것은 기존 성별·졸업 대학별 (예비)교원의 인력 비율을 전혀 감안하지 않은 점에서 비현실적이다. 이미 확정된 150명의 개별 정원 제한도, 다수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쟁 체제 수립을 위해 제도 초기에는 불가피한 것이었다 해도 향후 기준을 완화해 사후 평가 결과에 상응한 증원을 적극 허용해야 한다.
‘지역 간의 균형 발전’이라는 헌법 제123조 2항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인가에 지방대를 배려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우수한 법조인의 양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왜곡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 인가를 신청한 전체 대학의 수와 규모, 수준을 토대로 합리적인 범위의 우대 비율을 지방에 배려하는 데 그쳐야 한다. 아무 근거 없이 ‘지방 쿼터’를 미리 정해 놓고 대학별로 나눠 주는 ‘특혜 분양’ 방식은 위헌이 될 수밖에 없다.
지방대 교육 여건 고려해야
지역별 생활수준 균등화 정책은 임금 상승에 따른 지역 산업 붕괴를 조장해 역설적으로 지역 간 경제력의 격차를 넓히게 된다. ‘균등화의 딜레마’는 사법 분야에도 나타날 수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지방에 우선 배정해 수도권 인재를 일시 지방에 분산시키더라도 사법 수요가 충분하지 못하면 결국 그들은 떠날 수밖에 없다. 수준 미달의 지방대가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인가받더라도 일본에서의 경험이 보여 주듯 변호사시험 합격률 저조로 결국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역 고교 동창회’로 변질된 몇몇 지방대의 현실을 볼 때 법학전문대학원 우선 배정은 ‘토호들의 복마전’에 면허를 주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 헌법이 배려와 지원을 요구한 것은 ‘지방’이지 ‘지방대’가 아니다. 차라리 전국 수준의 능력과 실적을 갖춘 지방 소재 전문 이공계 대학에 그 유치를 독려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다. 자연과학 등 다양한 전문 지식을 지닌 법조인 양성이야말로 법 제2조가 지향하는 교육이념이 아닌가.
신우철 중앙대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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