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의 일부분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중산층 지역에 사는 여고생 5명의 일상을 6개월 동안 추적한 이 기사는 남학생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종종 그들을 압도하는 우리 시대 ‘알파걸(Alpha Girl)’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오래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여대에 갈 것인가, 남녀 공학에 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다. 주변에서 여대를 권유하는 사람들은 “남자한테 치이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남녀 공학에서 남학생한테 밀려 공부나 리더십 개발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느니 여대에서 자신감을 키워 사회에 진출하는 것이 낫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지금은 입사 시험에서 남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생겨날 정도로 사회 전반에서 여풍(女風)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고교 배정 때가 되면 아들이 남고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비는 학부모가 많다. 남녀 공학에 가게 되면 여학생과의 내신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소년의 위기(Boy Crisis)’라는 신조어가 등장했으며 오랫동안 미국 정부가 금지해 온 남녀 분반을 실험하는 학교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알파걸 현상이 과대 포장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부모,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알파걸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댄 킨들런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를 ‘아버지 요인(Father Factor)’이라고 불렀다.
알파걸 4명 중 3명은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나눈다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수학, 과학, 컴퓨터, 운동 분야에서 취미를 길러 주고 사회생활에 관한 얘기를 자주 나누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일수록 장차 남성과 대등한 위치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2005년 한국여성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다수 아버지는 자녀의 교육과 인성개발에서 소외된 존재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아버지의 68%는 한 달 동안 교육, 학교생활 등에 대해 자녀와 얘기한 시간이 30분을 넘지 못한다고 답했다. 특히 딸과 대화한 시간이 적다는 아버지의 비율(79%)이 높았다. 딸이 사춘기에 접어드는 시점을 기준으로 부녀간 대화는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는 여성의 사회 진출과 아버지의 역할을 일찍 깨달은 나라 중 하나다. 싱가포르 정부가 개설한 ‘아버지 센터’는 딸과 아버지가 편지를 주고받고, 딸이 아버지의 회사를 방문해 보는 ‘부녀 교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얼마 전 방한한 유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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