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터치’를 손에 잡은 순간, 휴대전화 애니콜을 탄생시켜 ‘디지털 장인(匠人)’ 반열에 오른 이기태 삼성전자 부회장의 예전 발언이 떠올랐습니다. 그는 2005년 “휴대전화를 손에 쥐어 본 뒤 그 느낌만으로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죠.
손 위에서 느껴지는 아이팟 터치의 감촉은 매력적이었습니다.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강화 유리로 만든 앞면과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인 뒷면의 이음매는 무척 탄탄하다는 인상을 줬습니다. 두께는 8mm에 불과합니다.
단순한 아이콘으로 구성된 직관적인 메뉴 화면과 터치스크린은 디지털 기기를 조작하는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손가락으로 터치스크린을 만져 책장을 넘기듯 음악을 찾고, 사진을 넘기는 동안 시간은 훌쩍 지나갔습니다. 직접 저장해 놓은 사진을 두 손가락으로 간편하게 확대, 축소하는 등 재미난 기능이 많더군요.
하지만 아이팟 터치는 국내 이용자들에게 그다지 친절한 기기는 아니었습니다.
음악 파일은 ‘아이튠스’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도 재생을 할 수 있었지만, 음악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아이튠스 스토어’는 아직 국내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무선 랜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맥 어드레스’라는 것을 따로 부여받아 설정을 바꿔 줘야 해 불편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팝업’ 등 일부 기능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위주로 짜인 국내 인터넷 환경에 애플의 기기들이 잘 맞지 않는 탓이죠.
동영상도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디빅스(DivX)’ 파일은 재생할 수 없었습니다.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이나 음성 녹음 기능이 없다는 점도 이미 이런 기능에 익숙해진 국내 이용자들에게는 아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용석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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