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소멸의 불안에 대해 묻자 삶을 ‘경주’에 비유하면서 “목표는 순간순간의 순위가 아니라 완주”라고 했다. 나이는 ‘건물 쌓는 것’에 비유하면서 ‘층이 높으면 시야도 넓어져 편안해진다’고 했다. 작품은 ‘배’에 비유했다. 열심히 만들지만 ‘어디로 항해할지(흥행 여부)’는 관객들 몫이라는 것이다. 미리 준비된 답들도 아니었다. ‘하고 싶은 역(役)’이란 질문에 대해선 갑자기 창을 보더니 “저 고층빌딩 청소부처럼 흔치 않지만 세상에 꼭 필요한 역”이라고 했다.
▷그와 함께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강동원 주연 영화 ‘M’의 기자회견장은 대조적이었다. 촬영 뒷얘기, 영화 홍보가 주였다. 미리 준비한 듯한 답변은 질문과 겉돌았다. 많은 한국 배우에게서 볼 수 있는 보통 인터뷰였지만 같은 현장에서 외국 배우들과 비교돼서 그런지 차이가 두드러졌다. 배우 탓만은 아니다. 한 여자배우는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에 뜨는 한국 배우들은 말 한번 잘못하면 끝장이라는 집단공포심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침묵이 미덕인 한국적 겸손 문화 속에서 자란 탓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6일 해운대에서 관객을 만난 배우 강수연의 언어는 그가 진지한 영화인생을 살아왔음을 잘 보여 줬다. “배우는 화려해 보여도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니 삶이 쉽지 않다.” “배우는 감성의 직업이다. 그래서 외로움을 더 탄다.” “연기는 시작도 끝도 없다.” “슬럼프는 이겨 내는 길밖에 도리가 없다. 굳이 찾자면 희망만이 대안이다.” 역시, 언어는 생각의 옷이다.
부산=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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