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쏘옥]‘조직의 신호’ 잘 감지해야 좋은 리더

  • 입력 2007년 10월 10일 03시 14분


대학병원 외과 과장 장준혁은 자신의 실수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다.

하지만 그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가족과 법정 공방을 벌이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데 급급했다. 일부 후배는 과장의 실체를 알고 크게 실망한다.

대학 동기인 최도영은 장준혁을 혐오하며 병원을 떠나고, 후배 레지던트마저 조직에 대해 반기를 든다.

올해 초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하얀 거탑’에 나오는 장면들이다.

경영학자인 리처드 보이애치스와 애니 매키 교수는 자신들의 저서 ‘공감 리더십’(사진)에서 리더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신호들, 즉 ‘웨이크업 콜(Wakeup-call)’을 잘 감지해야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웨이크업 콜은 업무상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찾아온다. 이때 실수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시작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리더야말로 조직의 장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리더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수를 감추려 한다. 장준혁도 마찬가지였다. 실수를 감추면 조직의 허점은 안에서 곪게 되고, 더 큰 실패를 낳는 계기가 된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조직을 떠나는 것은 더 강력한 웨이크업 콜이다. 리더의 이기적이고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구성원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이 외부로 표출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부하 직원이 조직을 떠나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에 대해 깊이 통찰하는 것만이 조직을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지 않는 길이다.

두 저자는 “리더가 구성원이 공감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에 따른 행복감을 강조하는 ‘희망 부여’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단, 리더가 부여하는 희망은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리더가 강조하는 희망이 리더와 일부 측근만을 위한 것이라면 다른 사람에겐 악몽이 되기 때문이다.

장준혁이 후배들에게 “외국 대학병원 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데리고 갈 테니 믿고 따르라”고 한 것도 일부에게만 해당하는 ‘희망 부여’였을 것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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