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북엔 새가슴, 세금 쓰는 덴 ‘통 큰’ 통일부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요즘 통일부의 행태를 보면 통일부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지, 북한을 위해 존재하는지 헷갈린다. 이재정 장관은 북방한계선(NLL)을 비롯한 현안에 대해 북의 대변인이라도 되는 양 반복해서 두둔하고, 내놓는 대북 정책마다 노골적으로 북을 감싸고돈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대체 무슨 큰 성과를 얻었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

개성공단에 불법 반출된 전략물자 회수를 둘러싼 통일부의 대응은 정말 우려스럽다. 군용으로 전용될 소지가 있는 패러글라이더용 실과 천을 북한에 보낸 것은 바세나르 협약(재래식 무기, 전략물자 및 기술 수출 통제 협약)을 위반한 행위다. 정부는 협약 당사국으로서 즉각 시정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국가정보원과 산업자원부의 통보를 4개월 동안 묵살했다. 버티고 버티다가 노무현 대통령의 개성공단 방문이 끝난 뒤에야 이번 주로 회수 일정을 잡았다.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런 통일부가 내년 남북협력기금에 4116억 원의 ‘여유 자금’을 편성했다. 관세청의 한 해 예산보다 많은 돈을 통일부 마음대로 북한을 위해 쓰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그런 식으로 쓸 수는 없다. 용처도 안 밝히고 국회는 ‘도장’만 찍으라는 얘기나 다름없다. 이러니 국민이 공감할 수 없을뿐더러 북한 또한 실컷 받고도 고마운 줄을 모르는 것이다.

이 장관은 어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서해 북방한계선을 인정한 남북기본합의서가 유효하다고 하면서 NLL은 영토 개념이 아니라고 모순되는 답변을 했다. 통일부가 홈페이지에서 북한에 대한 ‘개혁 개방’ 용어를 삭제한 이유를 설명할 때는 “우리 사회도 완전한 개혁 개방은 아니다”고까지 했다. 이 무슨 망언인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폭압적인 북을 어떻게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가. 대한민국 통일부 장관이 과연 할 소리인가.

이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우리의 민주주의도, 인권 상황도 완전한 것은 아니므로 북의 민주화나 인권 문제도 제기해선 안 된다는 것인가. 북한을 두둔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말도, 무슨 논리도 펼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국민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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