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자회견서 질문 제한하고, NLL 誤導한 대통령

  • 입력 2007년 10월 12일 03시 03분


국정홍보처가 기사송고실에서 사실상 기자들을 쫓아낸 어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으로 출입기자들을 불러 모았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못다 한 얘기를 하기 위한 것이다. 청와대는 간담회 주제를 ‘남북 정상회담 관련’으로 한정했고 질문자를 5개 매체로 제한해 주제와 관련된 내용만을 질문하도록 했다. 나라 안팎의 사정을 둘러보면 국민이 대통령에게서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많은데도 모처럼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통령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끝났다.

간담회 내용도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자화자찬이 대부분이었다. 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린 강연과 다를 바 없었다. 기자들을 일방통행 식 간담회에 들러리로 세우고 자유로운 취재를 억압하는 언론 다루기는 대통령의 독불장군 식 오만이요, 권한 남용이다. 언론을 자신이 원하는 내용만 국민에게 전하는 도구로 생각하는 그릇된 태도다.

노 대통령의 편향적 사고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 영토인데 그 안에 줄을 그어 놓고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오찬에서는 “NLL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인데 이것을 영토선이라고 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휴전 후 지금까지 지켜 온 ‘해상의 휴전선’에 대해 대통령이 “남북 간에 합의되지 않은 선”이라는 억지 논리를 펴며 도리어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NLL를 무력화(無力化)하려는 북을 편들듯 말하니 국군통수권자의 발언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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