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창원]“포스코 전직 연구원마저…”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포스코의 전직 연구원들이 철강 제조의 핵심 신기술을 중국 경쟁사에 팔아넘긴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산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국가 기간산업인 데다 회사에 대한 임직원들의 로열티가 유난히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 회사에서조차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수사를 맡은 대구지검과 포스코 등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포스코가 지난 10년간 45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다. 고급 전략 제품의 제조공정 원가를 절감하는 실용기술이어서 향후 추정되는 피해액이 2조800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업들의 기술 유출 문제는 업종을 불문하고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올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의 퇴직 임원이 핵심 설계도면 15만 장을 중국에 넘기려다 발각됐다. 그보다 두 달 전인 5월에는 기아자동차의 한 간부가 자동차 핵심 조립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리려다 붙잡혔다. 포스코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포스데이타 전현직 연구원들이 휴대인터넷 와이브로의 원천기술을 미국에 팔아넘기려다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3년 6건에 머물던 기술 유출 사건 검거 실적은 2004년 26건, 2005년 29건으로 늘었다. 이 기술이 모두 유출됐을 경우 한국 산업계가 보았을 피해액이 82조 원이나 된다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첨단기술 유출 사건은 대부분 퇴직한 고급 연구 인력이나 임원 등 ‘화이트칼라’에 의해 이뤄졌다. 이번 ‘포스코 사건’에서도 기술 유출자는 핵심 연구개발 부서장과 연구원이었다.

이 보도를 접한 포항의 한 시민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생산직도 아니고 고급 일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운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질타하는 지적이었다.

아무리 담을 높이 쌓아도 도둑을 막기는 쉽지 않다. 기업들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방화벽’을 치더라도 불순한 의도를 가진 내부인을 막긴 어렵다.

대기업에서 잇따르는 첨단기술 해외 유출 시도는 화이트칼라에 대한 ‘철저한 정신교육’과 본인들의 각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젠 기업들이 기술 개발뿐 아니라 비싸게 개발한 기술을 잘 지키는 방법을 고민할 때인 것 같다.

김창원 경제부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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