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18일 비전 선포식 갖는 조인원 경희대 총장

  • 입력 2007년 10월 15일 03시 01분


“국제캠퍼스가 제2의 도약 핵심 키워드”

경희대는 18일 수원캠퍼스의 이름을 ‘국제캠퍼스’로 바꾸고 비전 선포식을 갖는 등 2009년 개교 60주년을 앞두고 국제화를 ‘제2의 창학’의 화두로 삼고 있다.

국제캠퍼스에 유엔평화공원과 글로벌 NGO 콤플렉스를 조성하고 세계 평화운동과 국제교류 활성화의 본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설립자인 조영식 경희학원 학원장이 1970년대부터 세계평화와 국제교류에 기여해 왔고 경희대가 1993년 교육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평화교육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화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1996년 당시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이 경희대 내에 유엔평화공원 설립을 허가한 뒤 국제캠퍼스 조성으로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뒤 국제캠퍼스 조성에 앞장서고 있는 조인원(53) 경희대 총장을 만나 대학발전 청사진과 포부 등에 대해 들어 봤다.

―국제캠퍼스는 왜 필요한가.

“대학들이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고 이제는 세계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 국내 대학들이 해외 평가에서 뒤처지는 것은 바로 국제화가 덜 됐기 때문이다. 경희대는 국제화의 중요성을 알고 현재 56개국 304개 대학과 자매결연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캠퍼스는 연구와 교육은 물론 문화의 명소가 될 것으로 자부한다. 2014년까지 45만 평에 연구복합단지와 국제교류문화단지, 스포츠 콤플렉스가 들어선다.”

―국제캠퍼스가 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국제캠퍼스에 입학하는 신입생 2400여 명 전원이 내년부터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GCC 이머전’(Global, Competent, Creative Immersion)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이것은 영국 케임브리지대나 미국 예일대 등을 벤치마킹한 학습공동체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24시간 캠퍼스에서 생활하며 국제화에 필요한 언어와 전문적인 지식, 감각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

―국제화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데….

“그렇다. 단순히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보다 글로벌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 최근 하버드대가 교양과정을 개편하면서 우주, 공동체와 윤리, 인간과 문명의 진화 등을 주제로 다룬 8개 과목을 신설했다. 경희대도 실무가 아니라 창조적인 마인드를 위한 과목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대학과 차별되는 경희대의 ‘색깔’은 무엇인가.

“국제화와 함께 전통적으로 강점이 있는 한방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구축하겠다. 이를 위해 국제캠퍼스 내 제3 의료원(가칭)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한의학, 의학, 치의학, 약학 등 의학계열과 생명, 의료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의생명과학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정치학을 전공한 조 총장은 비정부기구(NGO)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6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7차 정부 혁신 세계포럼’의 ‘시민사회의 참여’ 세션에서 대학의 지역공동체화를 의미하는 ‘트랜스버시티(Transversity)’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포럼은 100여 개국 전현직 국가원수 13명과 장관급 인사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행사로 아시아 대학으로는 유일하게 경희대가 기관 파트너로 참가했다.

―트랜스버시티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대학은 폐쇄적인 공간이나 고정된 가치관을 넘어서야 한다. 예를 들어 경희대는 미국 등 전 세계 각지에 있는 대학과 문명의 주요 현장에서 석학의 강의를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경희 글로벌 스튜디오’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교수들의 테뉴어(정년 보장) 심사를 엄격히 해 대학가의 충격이 크다.

“대학교수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유명 학술지에 논문을 얼마나 실었느냐 하는 양적 평가와 함께 동료 교수들의 평가 등 질적 평가도 강화할 생각이다. 대학과 교수가 공정하게 합의할 수 있는 ‘틀’을 찾고 있다.”

―대학들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 대학은 로스쿨을 위해 우수 교수를 확보했고, 시설도 충분히 갖췄다. 대학들은 로스쿨 총정원과 로스쿨 수에 관심이 많다. 정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하기보다 로스쿨을 원하고 일정 기준을 갖춘 대학에는 로스쿨을 설립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경쟁력 없는 로스쿨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정부와 대학 간에 자율화가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정부의 규제는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국의 거의 모든 대학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가르친다. 백화점식 대학이 아니라 특성화된 대학이 많이 생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학생 선발에서부터 대학에 더 많은 자율을 줘야 한다고 본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조인원 총장:

△1954년 서울 출생 △1977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8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정치학 박사 △1989∼2004년 경희대 정외과 교수 △1999년 유엔 밀레니엄 NGO포럼 운영위원 △2001∼2004년 경희대 NGO 대학원장 △2004∼2005년 국무총리 자문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 △주요 저서: ‘국가와 선택’(1996년) ‘문명충돌 현장을 가다’(2004년) ‘포월(包越)의 초대-탈현대, 탈권위의 새로운 정치담론을 찾아서’(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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