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취임으로 미국 아이비리그 8개 대학 가운데 여성 총장을 둔 곳은 4개로 늘었다. 프린스턴대 펜실베이니아대 브라운대가 먼저 여성 총장을 맞았다. 다른 미국 대학들도 여성 총장이 23%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저마다 ‘잘난 사람’들이 모인 대학에선 유연한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더 적임자라는 분석도 있다. 하버드를 비롯해 아이비리그의 여성 총장은 모두 타교(他校) 출신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종(同種) 교배’를 피한 때문이다.
▷브라운대의 흑인 총장인 루스 시먼스는 취임 이후 10억 달러(약 9200억 원)의 발전기금을 유치해 탄탄한 실력을 과시했다. 파우스트 총장은 하버드대와 래드클리프대의 통합작업을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명문 대학들의 총장선출위원회는 후보들을 수백 명 올려 놓고 숙고를 거듭한다. 그런데도 여성 총장이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은 오직 능력만을 보고 뽑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여자대학이 아니면 여성 총장이 나오기 힘들다. 여학생이 전체 40%인데도 여교수는 16%에 불과하다. 한미 양국 대학의 가장 큰 차이는 한국 대학들이 폐쇄적이고 대학 경쟁력을 미국처럼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파우스트 총장은 취임사에서 경쟁력에 앞서 대학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지만, 지나치게 경쟁에만 매달리면 안 된다는 뜻에서 ‘균형 잡기’를 한 것이다. 하버드대는 신입생 선발을 너무 학업능력 위주로 한다는 비판을 들어 왔다. 한국 대학에서 타교 출신 총장, 여성 총장이 늘어나려면 총장을 뽑는 방식부터 달라져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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