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험한 삶을 잊고, 불과 30여 년 만에 근대화를 이루었다고 자랑할 수는 없다. 이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보낸 돈이 경제개발의 종자돈이 됐다. 나라가 오죽 가난했으면 독일정부의 차관(借款)을 얻기 위해 이들의 월급을 담보로 맡겨야 했을까. “우리의 땀과 눈물을 고국의 젊은이들이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는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 할 사람들은 또 있다. ‘산업화 세대’를 폄훼하고 있는 좌파세력이다. 베트남과 중동에서 피와 땀을 흘린 세대 또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 낸 주역이다.
마침 어제 국가정보원 과거사위원회가 3년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무리했다. 김대중(DJ) 납치, KAL 858기 폭파, 인혁당 사건 등 7가지 ‘과거사’에 관한 조사 결과는 더러 새로운 내용도 있고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도 있다. 그러면서 현재 진행형인 386 간첩단 사건은 미봉해 버렸다.
과거사 관련 위원회는 모두 16개로 이 중 12개가 현 정부에서 출범했다. 100여 년 전의 일까지 들춰 냈지만 당초 취지였던 ‘진실과 화해’는 간 곳 없고 분열과 갈등만 낳았다. 국정원 과거사위원장이던 오충일 씨가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로 자리를 옮길 만큼 위원과 직원 대부분이 친여(親與) 친노(親盧) 성향의 사람들이다. 이 정부가 과거사 파헤치기에 쓴 국민 혈세가 수천억 원이지만 코드와 정략(政略)을 넘어 진정 국민과 나라의 장래를 위해 한 일이 있는가.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의 일그러진 역사를 밝혀 바로잡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성취의 역사를 기억하고 그 성취를 위한 의지와 열정을 이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욕(汚辱)의 역사만을 기억하고 자학(自虐)하는 국민은 그 상처와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치 리더십의 요체는 과거에 집착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바탕으로 국민의 에너지를 새롭게 모으는 데 있다. 그래야 나라가 미래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 정부가 나와야 한다.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