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이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에 대해 “원칙의 문제가 있다. 스스로 창당한 당을 깨야 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 물어봐야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 전에는 심지어 정 후보를 빗대 ‘기회주의자’라는 말도 했다. 손학규 씨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그 사람이 어떻게 범여권 후보냐”며 역시 기회주의자로 단정했다. 정 씨와 손 씨가 1, 2위 경합을 벌인 신당 경선에 대해서는 “기회주의자들의 싸움엔 관심이 없다”고까지 했다.
그래 놓고는 그제 홍보수석실을 통해 “(신당이) 후보를 뽑아 놓고 당내에서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원칙론으로 보면 이인제, 손학규, 정동영 씨 모두 말로는 대의(大義)를 외치면서 행동은 이익을 좇은 기회주의자다. 정 후보는 열린우리당 의장 두 번에 통일부 장관까지 지내고도 국정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당을 깨고 ‘국민 눈속임용 정당’을 급조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이제 와서 “그건 나에 대한 인간적인 도리의 문제”라며 사실상 정치적 면죄부를 주고 있다. 정 후보의 기회주의는 인간적 차원이고 이, 손 씨는 대의와 원칙에 관한 문제라니 그건 또 어느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궤변인가.
노 대통령은 가칭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분” “검증을 거치지 않은 분”이라고 평했다. 기막힌 개그다. 문 씨는 대통령 직속 ‘사람입국 신경쟁력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환경부 장관과 노동부 장관 입각 제의까지 받았다는 인물이다. 지지율이 뜨면 아는 분, 안 뜨면 모르는 분인가.
대통령 본인은 지능적으로 대선 판을 끌고 간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국민의 ‘노무현 연구’도 상당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정 후보 역시 친노(親盧)를 할까 말까 망설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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