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몇십 년 사이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도약했지만 국민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올해 영국 신경제학재단(NEF)이 세계 178개국 국민의 행복지수(HPI)를 측정한 결과 한국은 102위였다. 국가적 성공이 꼭 개별 국민의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낮아도 너무 낮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다’는 ‘배 아픔 증후군’이 행복감을 깎아 내리기 때문일까.
▷HPI 평가에서 태평양 서남부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가 생활 만족도와 평균수명, 환경여건을 종합한 행복지수 1위 국가로 꼽혔다. 이 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233개국 중 203위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이던 이정우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최빈국 방글라데시 국민의 행복도가 세계적으로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행복과 소득 수준은 상관없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물론 가난해도 행복할 순 있다. 그러나 가난하기 때문에 행복한 사람은 없다.
▷성공과 행복이 이번 대선 정국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국민 여러분 성공하세요’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가족행복시대’를 내걸고 나왔다. 이 후보는 성장과 경제 파이 증대를 다수 국민의 성공 스토리로 연결하겠다고 하고, 정 후보는 ‘차별 없는 성장’을 가족 행복의 전제로 삼는다. 성공과 행복, 다 좋은 얘기들이지만 헛배만 부른 느낌이다. 5년 전 화려한 수사(修辭)로 등장했던 대통령이 국민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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