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산책]조혜랑/“휴” 휴학생의 취업 한숨

  • 입력 2007년 10월 31일 02시 59분


지난주 금요일 휴학 중인 친구와 만났다. 은행 입사를 준비 중인 친구다. 나를 보자마자 “자산설계전문인력(FP) 시험 발표가 오늘 났는데 2점이 모자라서 아깝게 떨어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올해 보는 시험이 토익, 투자상담가, 선물거래상담사 등 5개가 넘는다고 했다. “학기 중에는 짬을 낼 수가 없어 휴학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졸업이 가까워지면서 휴학하는 친구가 늘었다. 어학연수, 토익 공부, 자격증 시험 등 이유는 다양하지만 목적은 취업이다.

휴학(休學)은 쉴 ‘휴’, 배울 ‘학’으로 일정 기간 학업을 쉰다는 의미다. 부모님 세대의 휴학생은 방황하는 젊은이, 형편이 어려운 고학생, 환자가 대부분으로 그 수가 많지는 않았다. 당시 대학생은 빨리 졸업해 취직하는 길을 택했다.

지금 대학에서는 많은 학생이 휴학을 선택한다. 학점과 대학 졸업장만으로 취직하기가 힘들어지면서 학생들은 졸업을 연장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한다. 학교를 다니지 않지만 토익 토플 및 자격증 시험, 공모전, 어학연수 등으로 바쁘게 보낸다. 배낭여행도 취업 준비 중 하나가 됐다.

이들에게 휴학은 학업을 쉬는 ‘休學’이 아니라 더 바빠진 일정에 신음소리가 나오고(휴) 가혹함(虐)을 느끼는 기간이다. 취업에 대한 걱정, 아직 마치지 않은 학교 수업과 등록금에 대한 걱정으로 한숨이 늘어난다.

물론 도움의 손길은 많지 않다. 학교는 학생의 취업률을 중요시하고 도와주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취업설명회를 개최하고 공모전 공고를 하는 데 그칠 뿐 궁극적으로는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1년에 800만 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과 400시간에 이르는 수업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학생을 만들어 내는 데 얼마나 기여할까. 한숨이 늘어난 휴학생의 질문이다.

조혜랑 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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