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엄격한 조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강화된 조치는 어려움만 가중시켰다. 이민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 익사하는 사람도 늘었다.
네덜란드의 한 비정부기구(NGO)는 1993∼2007년 유럽에 들어오려다 사망한 사람이 8900명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60% 이상은 아프리카계로 이탈리아 인근 지중해나 카나리아 제도 인근 대서양에서 익사했다.
불법 이민 루트를 차단하려는 조치는 그 여정을 더 위험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이민자들은 이제 지브롤터 해협에서 출발하지 않고 더 먼 모리타니 세네갈 리비아 등에서 출발한다. 기상 조건이 최악인 대신 해안 감시가 소홀한 겨울을 택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EU의 현 이민 정책은 첫째로 불법 해안 접근을 막고, 둘째로 몰래 들어온 사람은 추방하는 것이다. 셋째는 아프리카 북부 국가에 이민 대기자를 모아 EU 밖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영국이 2003년 이민자 대기소 설치를 제안했고 EU는 2005년부터 실행에 옮겼다. 북아프리카 국가나 옛 소련 국가(우크라이나 벨로루시 몰도바)에서 이민자 선별 절차가 이뤄지도록 하되 그 비용을 대신 지불하는 것이다. 북아프리카 국가에는 이런 대기소가 30곳 있다.
넷째는 빈국의 발전을 도와 이민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빈국 지원과 이민자 문제의 연계는 프랑스 정부가 만든 새 부서의 이름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부서는 ‘국가 정체성에 통합된 이민과 공동개발부’라는 긴 이름을 갖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측근인 브리스 오르트푀 씨를 이 부서의 장으로 임명했다.
프랑코 프라티니 EU 법무 내무 담당 집행위원이 유럽 공동 이민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것은 논란을 불러왔다. 정책의 효과 측면에서도 실패였지만 인권의 요람을 자처하는 유럽의 도덕성 측면에서도 실패였기 때문이다.
실패의 원인은 국가 간 불평등이 국가 내 불평등보다 크다는 데 있다. 유럽에서 가난하게 사는 것이 일자리도 없고 사회보장도 없는 아프리카 국가에 사는 것보다 나은 것이다. 국가 간 불평등을 줄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이를 위해 국가와 기업, 국제기구의 노력이 필요하다. 불평등이 줄어들 때에만 1948년 유엔의 세계인권선언에 명시된 ‘이민권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해 주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세계화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의 이동을 의미한다. 부국의 주민은 쉽게 자기 나라를 떠나 관광을 하는데 빈국의 주민은 자기 나라에 묶여 있어야 하는 현재의 모델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
인구의 이동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진정한 문제는 ‘어떤 조건에서 인구의 이동이 이뤄져야 하는가’에 있다. 인구 이동에 따라 많은 사회가 점점 이질적이 되고 있다. EU 국가들은 이미 이런 문제에 봉착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배제의 힘’으로 작용하는 시장의 논리에 모든 것을 맡겨 두는 것은 유일한 해답이 될 수 없다.
사회적 결집은 새로운 시민적 정체성의 형성을 통해 이뤄진다.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단순한 이민 문제가 아니라 사회 속으로의 통합이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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