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모인 10명의 의정비심의위원은 내년 이 자치구의 의원 의정비를 올해보다 50% 이상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취재진의 출입을 통제했고, 심의위원 명단과 회의록도 공개하지 않았다.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식으로 내년 지방의원들의 의정비를 결정했다.
그 결과 광역의원은 올해보다 14% 오른 평균 5339만 원을, 기초의원은 38% 오른 평균 3842만 원을 받게 됐다.
1991년 지방자치제 도입 당시 지방의원은 일당과 비슷한 ‘일비’ 명목으로 연간 180만 원(기초), 500만 원(광역)을 받았다. 올해 일비는 연봉으로 바뀌었고 17년 만에 지자체들이 지방의원에게 지급해야 할 돈은 21.3배(기초)와 10.7배(광역)로 불어나게 됐다.
지난해 정부가 지방의원 유급화를 도입한 취지는 의정활동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인재를 지방의회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06년 7월부터 1년 동안 전국 광역의회가 발의한 조례는 모두 236건. 이 가운데 상위법에 따라 위임받거나 개정을 다룬 ‘위임 및 개정활동’이 215건이었고, 자체적으로 발의한 조례는 1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8건은 자신(지방의원)들의 복리를 위한 조례였다.
기초의회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25개 자치구의 경우 12곳이 최근 1년간 주민 공청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의정활동은 나아진 게 없는데 의정비만 턱없이 올라간 셈이다.
충남의 한 기초단체 심의위원은 “의정비 결정을 앞두고 ‘잘 부탁한다’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털어놨다. 부산의 한 자치구는 의정비 인상의 근거로 주민 설문조사 결과를 내세웠지만 설문조사에 응한 주민은 133명에 불과했고 대상 선정도 투명하지 못했다.
의회 의장이 추천한 5명뿐 아니라 자치단체장이 추천한 5명도 지방의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주인은 주민이다. 주민의 눈을 피해 의정비를 올린 지방의회들은 ‘잇속을 챙기려 주인 곳간을 축낸다’는 비판에 어떻게 변명할지 궁금하다.
이은우 사회부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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