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폴 새뮤얼슨 미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경제학’을 쓴 후 대부분의 경제원론은 이를 원전 삼아 집필됐다. 새뮤얼슨은 사변적 서술과 학설사(學說史) 중심의 집필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그래프와 방정식을 이용해 명징하게 논리를 폈다. 그러나 1997년 그레고리 맨큐 미 하버드대 교수의 책이 나오면서 서술 방식에 또 한번의 변혁이 일어났다. 수학의 사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풍부한 사례와 우화(寓話)를 활용해 초보자라도 쉽게 경제현상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학생 논술 강좌의 교재로 쓰일 정도다.
▽맨큐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지하는 신(新)케인스 학파에 속하면서도 ‘감세(減稅)로 인한 재정적자의 부작용이 생각처럼 크지 않다’는 논지를 폈다. 그 덕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29세에 하버드대 최연소 정교수가 된 맨큐는 통화 및 재정이론에서 가장 앞서 가는 학자다. 그래서 ‘학문적 성과’로서가 아니라 ‘베스트셀러 교과서 저자’로만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번역한 김경환, 김종석 교수도 교과서 역자로 기억되는 것을 마뜩잖아 한다.
▽국내 경제학자들이 ‘맨큐의 경제학’을 차기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경제 대통령’을 표방하지 않는 후보라도 한 번쯤 읽어야 할 책이다. 선거운동 하느라 바쁘다면 한국 사례가 자주 나오는 ‘생산과 성장’편만이라도 훑어보길 바란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이 수십 년 만에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것은 높은 성장률 덕분이다. 부자 나라가 계속 부자로 남거나 빈국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모두 성장률에 달렸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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