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 씨가 되살린 5년 전 ‘차떼기’의 추억

  • 입력 2007년 1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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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그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하려면 2002년 대선자금 잔금(殘金)의 용처와 처리 과정에 대해 분명히 밝혀 국민적 의혹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 출마설이 당내 분란을 일으키면서 한나라당으로선 새삼 떠올리고 싶지 않을 5년 전 대선 때의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악몽’을 되살리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총재 측근인 이흥주 특보는 이 총장 발언을 “제 얼굴에 침 뱉기”라고 했으나 이는 이 전 총재의 행보가 자초한 것이다. 이 특보는 “대선자금은 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직자 모두의 책임이고 죄”라면서 “그 문제는 이 전 총재의 걸림돌도 족쇄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기중심적이고, 편리한 해석이다. 불법 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이 전 총재는 “대선 후보이자 최종 책임자였던 제가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다”는 등 세 차례나 국민에게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검찰 조사만 받았을 뿐 책임은 지지 않았다.

이 전 총재 측은 대선자금 문제가 완결됐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만약 이 전 총재가 다시 ‘국민의 심판’을 묻는 상황이 된다면, 잔금의 용처와 처리 과정 등에 대한 검증의 칼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이명박, 정동영 후보는 세월도 한참 경과한 사적(私的)인 영역에 대해 과도할 정도의 네거티브 공세를 받고 있다. 불법 대선자금 사건을 가벼운 사안으로 생각한다면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재는 집권에 두 번 실패함으로써 한나라당에 큰 빚을 졌다. 그는 정계 은퇴 선언으로 그 빚을 갚으려고 했고, 그동안 수차례 현실정치 불참을 확인했다. 1997년 국민회의 김대중,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각각 정계 은퇴 번복과 경선 불복으로 출마했을 때 그는 “민주주의 원칙을 부정하는 배반”이라고 비난했다.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10년 전 그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신한국당을 개명(改名)한 정당이다. 사실상 이 전 총재가 만든 셈이다. 이 당에서 민주적 절차에 따라 경선이 치러져 대선 후보가 뽑혔고 패자는 아름답게 승복했다. 이 전 총재는 경선 참가 의사조차 비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대선 후보 등록을 3주 남겨 둔 지금에 와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경선 불복이나 다름없다. 이는 심각한 자기부정이요, 민주주의 원칙 및 정당정치에 대한 도전이다. 민주주의 역사의 후퇴를 국민이 용납할 것 같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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